파리 잡으려 미사일 쏘랴? 해답은 ‘충돌형 요격 드론’

입력 2026. 02. 03   16:34
업데이트 2026. 02. 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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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판도 바꾸는 드론·AI >> 드론이 드론을 쫓아가는 스릴 넘치는 공중 추격전 

대드론 미사일 발사 막대한 비용 고민
레이저·고출력전자기파는 시기상조
美, 90% 저렴한 소형 미사일 개발 중
‘충돌형 요격 드론’의 장점
표적 오인 땐 되돌아와 ‘재사용 가능’
A 쫓는 중에 B로 목표물 전환 ‘유연성’

미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코요테 충돌형 요격드론 체계. 레이시온 제공
미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코요테 충돌형 요격드론 체계. 레이시온 제공


홍해·바브엘만데브 해협. 세계 해상 물동량의 12%가 통과하는 이 좁은 수로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 해군 최대 규모의 해상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2023년 10월부터 예멘 후티 반군은 수백 회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미 해군은 SM-2·SM-6 대공미사일, 시스패로, 팔랑스 근접방어체계, 5인치 함포까지 동원해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수천만 원짜리 드론을 격추하는 데 30억~60억 원짜리 미사일이 날아간다. 2024년 4월 기준 요격 비용만 10억 달러에 근접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하루 수백 대씩 투입한다. 수천만 원짜리 드론을 막는 데 수억 원짜리 미사일이 소모된다. 대공포와 기관총은 저렴하지만 사거리가 1~3㎞에 불과하고, 낙탄으로 인한 민간 피해 우려 때문에 평시 사용이 제한된다.

레이저와 고출력전자기파는 드론 대응을 위한 이상적 무기체계지만 기상 제약과 기술적 한계로 당장의 전력화에는 무리가 있는 ‘미래의 해법’이다. 반면 소형 미사일과 충돌형 요격 드론은 이미 성능이 검증돼 즉시 실전 투입이 가능한 ‘오늘의 해법’이다. 결국 시급한 전장 상황에서는 먼 미래의 완벽한 기술보다 지금 당장 안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전적인 대안이 우선돼야 한다.

국내 기업 니어스랩이 개발한 충돌형 요격드론 카이든. 니어스랩 제공
국내 기업 니어스랩이 개발한 충돌형 요격드론 카이든. 니어스랩 제공

 

현재 새로운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소형 미사일과 충돌형 요격 드론이다.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은 미사일의 소형화다. 기존 대공미사일은 전투기를 잡기 위해 설계됐다. 드론을 잡는 데 수백 킬로그램짜리 대형 무기가 필요할까? 미국에서 개발 중인 소형 미사일은 가격이 기존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10㎞ 떨어진 드론을 정확히 격추한다.

두 번째이자 가장 혁신적인 해법은 충돌형 요격 드론이다. 제트 엔진이나 전기 모터로 추진되는 작은 비행체가 적 드론을 향해 날아가 직접 충돌한다. 마치 매가 토끼를 쫓듯 하늘에서 추격전이 펼쳐진다.

핵심은 추적 기술이다. 요격 드론은 ‘비례 항법 유도’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표적을 바라보는 각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접근하는 방법으로 표적이 어디로 움직이든 그 방향으로 곧장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표적의 미래 위치를 예측해 최단 경로로 교차점을 향해 날아간다. 표적의 위치가 변하면 0.01초마다 궤도를 수정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비전 기술이 더해진다. 카메라가 표적을 촬영하면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진짜 강점은 전자전 환경이다. 적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교란하거나 통신을 차단해도 마지막 수백 미터는 카메라로 보고 날아간다. 재밍이 소용없다.

미군은 이미 충돌형 요격 드론을 실전 배치했다. 제트 엔진 추진의 코요테 시스템은 사거리 10~15㎞, 속도 시속 500㎞ 이상이다. 2023년부터 시리아에서 실전 운용 중이다. 가격은 대당 약 1억 원. 미 육군은 2029년까지 6700발을 구매할 계획이다. 호주에서는 전기 모터로 비행하는 요격 드론을 개발했다. 적외선 센서와 AI로 표적을 추적하며 첫 번째 충돌에 실패하면 이탈 후 재접근해 다시 공격할 수 있다.

지난 12월 충남 인근에서 진행된 실사격 시험에서 충돌형 요격드론 카이든이 표적에 접근하는 모습(왼쪽), 시험을 진행한 니어스랩 연구진과 L3해리스테크놀로지스 관계자. 니어스랩 제공
지난 12월 충남 인근에서 진행된 실사격 시험에서 충돌형 요격드론 카이든이 표적에 접근하는 모습(왼쪽), 시험을 진행한 니어스랩 연구진과 L3해리스테크놀로지스 관계자. 니어스랩 제공


한국도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2025년 12월 충남의 비행시험장. 시속 60㎞로 날아가던 표적 드론을 향해 작은 비행체가 시속 250㎞로 급상승했다. AI가 계산한 궤적을 따라 추적하더니 정확히 충돌했다. 원샷 원킬. 한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충돌형 요격 드론의 성공 시험이었다. 국내 기업은 2024년 드론봇 챌린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2025년에는 에디슨 어워드 자율보안 부문 은상을 받았다.

충돌형 요격 드론은 조건부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미국 안두릴의 로드러너(Roadrunner)는 수직 이착륙 요격체로 표적을 쫓다가 오인 경보로 확인되면 충돌 없이 돌아와 착륙한다. 이를 ‘후회 없는 발사’라고 부른다. 즉, 충돌하면 소모되지만 충돌 전 임무를 취소하면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다.

한국의 카이든(KAiDEN)도 같은 개념을 적용했다. 전기 모터로 구동돼 운용 비용이 덜 들고, 소형화된 체계 덕분에 현장 배치가 빠르다. 첫 번째 충돌 시도에 실패하면 이탈 후 재접근해 다시 공격할 수 있다.

재사용의 진짜 가치는 비용만이 아니다. 오판의 여유를 준다. 의심스러운 물체가 보이면 일단 요격체를 보낸다. 확인 결과 승인된 드론이거나 새라면 돌아오면 된다. 기존 미사일은 한 번 발사하면 끝이므로 오판이 두려워 망설이게 된다.

유연성도 장점이다. 재사용 요격 드론은 표적 A를 쫓다가 더 위협적인 표적 B가 나타나면 즉시 전환할 수 있다. 부수 피해 위험도 낮다. 대공포는 파편이 땅에 떨어지지만 충돌형 드론은 표적에만 충돌한다. 수도권처럼 인구밀집 지역에서도 운용 가능하다.

과거에는 방어 비용이 공격 비용보다 수십 배 비쌌다. 적이 100대를 날려 보내면 경제적으로 방어가 불가능했다. 이제는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 소형 미사일과 충돌형 드론은 공격용 드론과 비슷한 가격대다. 값비싼 미사일로 값싼 드론을 막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결국 현대전의 본질은 비용과의 전쟁이다. 홍해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수천만 원짜리 드론을 막기 위해 수십억 원을 쏟아붓는 모순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증명했다. 레이저와 전자기파 무기가 그리는 미래가 이상적이라 할지라도 당면한 위협을 제거할 실전적 응답은 소형 미사일과 충돌형 요격 드론이다.

특히 전자전 환경을 돌파하는 정밀 타격 능력과 재사용성은 방어자가 겪던 비대칭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다. 물론 단일 무기체계가 모든 위협을 막을 수는 없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부터 초근접 레이저 요격까지, 각 고도와 특성에 맞는 다층 방어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핵심은 시의적절한 선택을 내리는 안목이다. 적의 드론이 비약적으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완벽한 기술만 막연히 기다릴 수는 없다. 이상적인 미래의 무기와 당장 활용 가능한 현실적 대안 사이에서 무엇이 지금의 안보 공백을 가장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는지 꿰뚫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검증된 기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유연하게 수용하는 균형 감각이야말로 급변하는 전장 환경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진정한 전략적 식견이다.

다음 회에서는 번개처럼 강한 전자기파로 드론 떼를 한순간에 무력화하는 고출력 마이크로파 무기 기술을 살펴본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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