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 경쟁 속 미국 국방전략 변화와 한국 안보의 과제

입력 2026. 02. 01   15:39
업데이트 2026. 02. 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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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시아연구원장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시아연구원장


이전 NDS 비해 구체성 결여 평가 
한국의 안보 약화 의미하진 않아
정교한 대중 군사전략 설계 필요
대북 재래식 억제 자율성 키워야

지난주 미국 국방부는 새로운 국방전략(NDS·National Defense Strategy)을 발표했다. NDS는 지난해 말 백악관이 제시한 국가안보전략(NSS)의 방향을 군사·국방 영역에서 구체화하는 최상위 국방문서로, 미국이 어떤 위협을 우선순위에 두고 어떤 지역과 임무에 군사력을 사용할 것인지를 제시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 대전략의 성격이 보다 실용적이고 유연한 현실주의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더 이상 모든 지역에서 동시에 질서를 관리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미국 본토 방어, 인도·태평양지역 세력 균형 유지, 동맹국의 부담 분담이라는 핵심 이익에 전략적 초점을 맞춘다. 이는 미국이 패권을 포기했다기보다 국방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보다 명확히 설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관심을 끄는 것은 대중 국방전략과 한반도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을 최대의 전략 경쟁자로 규정하지만, 노골적인 군사적 대결이나 현상 변경은 피하고 있다. 전략의 중심은 억제, 특히 거부억제다. 중국이 무력으로 현상을 변경하려 할 경우 성공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접근이다. 동시에 미국은 충돌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이는 미·중 양국이 경제적 상호 의존과 국내 정치·경제적 제약을 안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판단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군사적 초점은 분명하다. 미국은 제1도련선 방어를 중시하며, 이 과정에서 동맹국 역할을 강조한다. 문제는 이번 NDS가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동맹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매우 추상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내용은 제한적이며, 중국·러시아·북한 간 안보협력이나 북한의 군사전략 변화 분석도 충분하지 않다. 2022년 NDS에 비해 전략적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한국의 안보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문서는 정치적 성격이 강하고, 세부 작전 수준의 지침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문구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거나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기울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방향성 자체는 분명하며, 한국은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의 과제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대중 현상 유지에 필요한 군사전략을 한국의 관점에서 보다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미국의 대중 전략은 중국과의 충돌을 피하면서도 현상 변경을 억제하는 제한적 전략이다. 한국은 이 틀 안에서 자동적으로 종속되기보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정이라는 자국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군사적 역할과 범위를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북 재래식 억제 능력에 대한 실질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동맹을 대체하거나 약화시키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확장억제가 실제로 작동하는 가운데 한국의 재래식 억제 능력과 위기관리 역량이 전제돼야 한다. 인공지능과 차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독자적 국방 능력 강화와 한미 간 첨단 군사기술 협력은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질서의 변동기다. 변동기는 불확실성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선택의 공간을 넓힌다. 중요한 것은 변화 자체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으면서 변화를 관리하는 전략적 인내와 설계 능력이다. 동맹 역시 고정된 제도가 아니라 조정과 재설계의 대상이다. 한국은 미국에 여전히 필수불가결한 동맹이지만, 그 가치는 스스로 설명하고 인식시켜야 한다. 변화하는 미국 국방전략 속에서 한국 안보를 안정적으로 설계하는 일이 당면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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