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보기관의 비대화와 권력 남용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폐습이었다. 최근 국방부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개혁안은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는 시대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방첩사 역사의 명암은 뚜렷하다. 6·25전쟁, 냉전기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대남공작과 간첩 활동을 차단하고 군 기밀 유출을 방지하는 등 대한민국 존립에 기여한 공로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쌓인 과(過) 역시 뼈아프다. ‘안보’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사찰, 광범위한 동향 파악과 세평 수집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군 사기를 저하하는 독소로 작용했다.
예견대로 권고안이 나오자 방첩사 해체는 방첩 역량을 약화하고 심각한 안보 공백을 초래할 것이란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된 상황에서 군 내부의 간첩 색출 기능마저 여러 기관으로 분산되면 북한의 고도화된 공작과 침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한다. 신원조사 기능을 분리하면 인사 검증의 정밀도가 떨어져 부적격자가 요직에 앉게 될 위험 또한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우’다. 개혁의 본질은 안보 기능을 폐지하는 게 아니라 독점된 권력을 분산해 조직을 투명화하고 정상화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한 기관이 정보 수집부터 수사, 인사 검증권, 신원조사, 부대 보안감사까지 독점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이에 ‘국방안보정보원’ 신설은 방첩과 대테러 임무의 전문성·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여기에 안보 수사 기능은 국방부조사본부로, 신원조사와 부대 보안감사 기능은 ‘중앙보안감사단’으로 분산하면 기형적인 독점구조가 타파된다. 이는 미군과 같은 선진 군대에서 이미 검증된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중시한 합리적 접근이기도 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권고안은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한 해법이기도 하다. 단순히 기능과 인력을 분산하는 게 아니라 첨단 기술과 정보 분석기법을 도입함으로써 군 내 간첩 색출 등 보안업무 정밀도를 과거보다 높이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보안과 수사를 분리해 상호 견제하게 하되 안보 현안의 경우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다.
그간 방첩사가 ‘세평 수집’을 빌미로 군 인사와 진급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군 사기를 저하시켰던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이번 개혁으로 군이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건강한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진급 대상자 세평 수집 폐지는 옳은 방향이다.
권고안에 첨언한다면 군 내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감찰·조사업무는 반드시 재정비돼야 한다. 국방부 감사관실 주도로 각 군 각급 지휘관의 개인·특별참모 역할에만 머물러 있는 감찰부 조직을 보강하고 통제하는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기능 분산과정에서 정보 공유가 단절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토대를 공고히 하는 것도 국방부의 몫이다. 방첩사가 수십 년간 축적한 비공식 정보자산의 사후처리 문제를 놓지 않아야 한다. 나아가 조직 해체과정에서 군 내 간첩 활동이나 핵심 군사기술 유출을 막는 대정보(Counter-Intelligence) 활동이 한순간도 중단돼선 안 된다.
?결론적으로 방첩사 해체는 투명하고 선진적인 군대로 나아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역사적 결단이다. 증거 기반의 투명한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야말로 구성원이 신뢰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진정한 강군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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