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미국 지도력 약화 틈타 중·러 영향력 확대 속도

입력 2026. 01. 30   15:41
업데이트 2026. 02. 0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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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글로벌 주요 지역 안보정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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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거래적 접근법’ 지역전략에 걸림돌
中 견제 관세정책 우방국과 갈등 초래
쿼드 결속력 약화는 中 공세 강화 빌미
동남아 잇단 브릭스 가입 中에 힘 실어
北 협력 파트너 삼은 러시아도 잰걸음
나토·EU는 역내 관여 여력 축소 가능성

지난해 12월 대만 마쭈열도 인근 해역에서 대만 해안경비대 함정(왼쪽)이 훈련에 나선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과 근접 항해하며 경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대만 마쭈열도 인근 해역에서 대만 해안경비대 함정(왼쪽)이 훈련에 나선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과 근접 항해하며 경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탈냉전기 미국은 자유주의적 시각을 바탕으로 대중국 관여(engagement) 정책을 추진했다. 즉 양국의 유대를 강화하고 중국의 경제적 성장을 지속 지원함으로써 자유시장과 민주주의 체제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은 기존의 대중국 접근법을 전면 부정했다. 중국을 인도·태평양지역의 세력 균형을 위협하는 최대의 도전세력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 공개된 국가안보전략(NSS)의 지역전략 접근법 역시 기존 시각을 재확인했다. “중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장려하며 제조업을 중국에 위탁(outsourcing)함으로써 중국을 소위 ‘규칙 기반 국제질서(rule-based international order)’에 편입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을 단번에 뒤집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경제적 미래를 쟁취하고 군사적 대립을 방지’하겠다는 지역전략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트럼프 2기 미국이 제한적·집중적 방식의 대중국 전략 경쟁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다. 트럼프 1기와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미국은 정치·외교·경제·군사·기술 등 전방위적인 전략 경쟁의 논리에 따라 중국을 압도하려는 지역전략 접근법을 제시했다. 반면 트럼프 2기 미국은 경제적 이익 관점을 우선시하면서 상호성·공정성에 기반한 중국과의 경쟁관계를 강조했다. 전방위적 차원의 전략 경쟁을 지양한 것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에 중점을 둔 군사적 차원의 접근법도 제시했다. 대만이 반도체 생산력을 넘어 제2도련선의 직접적 접근로인 동시에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나누는 지정학적 요충지여서다. 미국은 역내 억제력 구축을 강조하면서 집단방어를 위한 동맹의 비용 분담과 행동을 촉구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지목해 적대세력 억제와 제1도련선 보호에 필요한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안보를 위한 한국의 역할 확대와 관련해 대미 소통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2기 미국의 경제·안보 논리와 거래적 접근법에 따른 지도력 약화는 지역전략 추진 전반에 도전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안보 측면에서 미국은 관세정책을 활용한 본토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주력하면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공세적 접근법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상호관세로 명명된 미국의 일방적 관세정책과 안보비용 분담의 대폭적 확대 요구로 인해 역내 동맹·우방국들과의 갈등을 빚었다.

그 대표적 사례는 역내 소다자 협의체인 쿼드(Quad)의 결속력 약화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국방비 증액 요구에 따라 일본·호주와 갈등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인도와의 갈등도 부상했다. 미국이 상호관세 25%에 러시아산 석유 구매에 따른 제재 성격의 2차 관세 25%를 더한 50%의 고관세를 부과하면서 인도의 반발을 불렀다. 지난해 5월의 인도·파키스탄 분쟁 역시 양국의 갈등요인으로 떠올랐다. 미국이 파키스탄에 유리한 방향으로 휴전을 중재해서다. 그 결과 쿼드 내 균열이 일어났다. 결국 그해 11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쿼드 정상회의가 취소됐다.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플러스(BRICS Plus) 연합훈련에서 이란 함정이 출항하고 있다. 훈련에는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브릭스 플러스 국가 해군이 참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플러스(BRICS Plus) 연합훈련에서 이란 함정이 출항하고 있다. 훈련에는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브릭스 플러스 국가 해군이 참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경제적 관여 공약 폐기 역시 역내 지도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한다.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은 자국 노동자의 권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창설하면서 역내 경제적 관여 의지를 보여 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IPEF의 무역 분야 협정을 제2의 TPP로 명명하면서 재선 취임 즉시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IPEF의 추진 동력이 약해진 가운데 중국은 미국과 이 지역 국가들의 결속력 약화를 공략하면서 경제적 유인책 제공에 주력하는 행보를 보여 줄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브릭스(BRICS) 가입 행보 역시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의미한다. 중국은 반서방 연대의 기치에 따라 브릭스 외연 확장을 주도해 왔다. 특히 2017년 브릭스 정상회의 주최를 계기로 중국이 ‘브릭스 플러스(BRICS Plus) 프레임워크’를 제안하면서 ‘글로벌 남반부(Global South)’ 진영 국가들의 브릭스 참여 의사가 타진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1월부로 인도네시아가 10번째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비동맹 중립 노선에서 친중국 노선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파트너 국가 가입도 이어졌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중국은 다자주의 기치를 더욱 강조하면서 역내 세력 확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역내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러시아의 행보도 주목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4년 5월의 집권 5기 시작과 함께 중국,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북한, 베트남을 방문하는 광폭 행보를 보여 줬다. 특히 6월 러·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국제사회 제재를 무력화하고 현 글로벌 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협력 파트너로 규정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주요 외교정책 성과’에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북한과의 관계가 새로운 차원의 성격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던 러시아 접경지 쿠르스크주의 해방작전에서 북한이 동맹 차원의 지원을 제공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러한 평가는 러시아가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도 확대하면서 영향력 확장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 미국은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 논리에 따라 동맹·우방국 안보협력 네트워크에 기반한 극대화된 억제력 창출을 강조했다. 이는 인·태 역내 양자동맹과 선도적 우방국, 지역기구, 역외 국가까지 연계하는 ‘집합적 역량(collective capacity)’을 구축하겠다는 지역전략 접근법으로 이어졌다. 특히 인·태 및 유럽·대서양지역의 연계성을 구축하겠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트럼프 2기 미국의 대외정책 행보로 이러한 지역 연계 논리가 도전받게 됐다. 연계 구축의 관건인 미국의 국제적 지도력이 쇠퇴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불법적 침공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유럽의 안보 자강론이 부상했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인·태지역 관여 여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미국은 러시아를 유럽 역내 차원의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인·태지역 내의 공세적 행보는 외면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 따라 인·태 및 유럽·대서양지역 연계 구축의 동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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