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방공관제사령부 예하 8785부대 동계작전 현장을 가다

입력 2026. 01. 27   17:35
업데이트 2026. 01. 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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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구름 위 요새 폭설 쏟아져도…공군의 눈은 잠들지 않는다
칼바람에 눈 뜨기 힘들어도…47년째 동북부 영공사수 매진

2인 1조 돌풍 속에서도 스노 로프 점검 

5월까지 대비…작전 지속성 보장 
24시간 레이다 작동 감시체계 유지 총력
110㎝ 폭설도 극복… 입체적 방호태세 확립

 

해발 1400여m, 구름도 쉬어 간다는 강원 평창군 황병산 정상은 지상과 달리 흰 눈으로 뒤덮인 ‘겨울왕국’이었다. 26일 정오 서울의 체감온도는 영하 4도에 머물렀지만, 이곳은 영하 22.1도까지 곤두박질쳤다. 살을 에는 칼바람이 안면을 강타해 눈조차 뜨기 힘들었지만,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는 ‘공군의 눈’은 단 한순간도 감기지 않았다. 1979년 창설 이후 47년째, 24시간 잠들지 않고 대한민국 동북부 영공을 지키는 공군방공관제사령부 예하 8785부대.누구보다도 긴 겨울을 보내는 이들의 치열한 동계작전 현장을 찾았다. 글=임채무/사진=조종원 기자

 

26일 오후 공군방공관제사령부 예하 8785부대 장병들이 기지 순찰을 하고 있다.
26일 오후 공군방공관제사령부 예하 8785부대 장병들이 기지 순찰을 하고 있다.

 


부대로 향하는 길은 예상과 달리 말끔히 닦여 있었다. 험준한 산악 지형이라 걱정이 앞섰지만, 부대는 적설량이 3㎝만 넘어도 수시로 유니목 제설차량을 투입해 작전도로를 확보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경사로가 시작되자 권구원(상사) 수송반장이 차량에서 내려 스노 체인을 결속했다. 혹시 모를 결빙 구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안내를 맡은 이시현(대위·진) 전자중대장은 “이곳은 5월까지도 눈이 온다”며 “이 때문에 모든 부대 차량에 스노 체인을 상시 구비해 즉각 기동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작전 지속성을 보장하겠다는 부대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오르길 30여 분, 고도가 높아질수록 도로변 설벽의 높이도 덩달아 높아졌다. 마침내 도착한 부대 정문. 위병소 근무자들의 입김이 하얗게 흩어지는 가운데 겹겹이 껴입은 방한복이 눈에 띄었다. 부대는 체감온도에 따라 복장을 탄력적으로 착용하고 있었다. 또한 위병소에도 방한 대책을 마련해 혹한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었다.

맨 처음 방문한 곳은 부대의 심장부인 레이다 돔이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360도 회전하는 레이다의 굉음이 기자를 맞이했다. 부대의 주 임무는 수백 ㎞ 밖의 미세한 항적까지 포착해 중앙방공통제소(MCRC)로 전송하는 항공통제레이다의 작동 감시. 이 때문에 24시간 레이다 작동 감시체계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하루 4번 레이다 작동 상태를 감시하지만, 악기상에는 수시로 점검합니다.” 장창근(원사) 레이다정비반장의 시선은 레이다 이곳저곳을 바쁘게 오갔다. 고지대 특성상 기상 변화에 따라 전류 흐름이 불안정해질 수 있어, 아주 미세한 변화도 놓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권구원 수송반장이 차량에 스노 체인을 결속하고 있다
권구원 수송반장이 차량에 스노 체인을 결속하고 있다

 

부대 제설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니목 제설차량.
부대 제설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니목 제설차량.



장 원사는 “부대가 운용하는 레이다 특성상 돔 내부공간이 넓고 장비 가동 시 발생하는 열 덕분에 영상의 온도는 유지되지만, 정비요원들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별도 온풍기를 구비해 최적의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이다 돔 외부로 이동해 스노 로프(Snow Rope)를 점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저 멀리 펼쳐진 속초·강릉 앞바다의 절경이 눈에 들어온 것도 잠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돌풍이 몰아치자 눈을 뜨고 있기 힘들었다. 한정웅(중사·진) 레이다정비사는 이러한 강풍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노 로프 결속 상태를 확인했다. “2인 1조로 움직이며 서로의 결속 상태를 반드시 크로스 체크합니다. 강풍으로 느슨해진 로프가 돔을 타격하면 장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팽팽하게 고정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단순하게 보였던 로프 점검이 공군의 눈을 지키는 숭고한 임무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기지 경계 또한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임무다. 심진우(중사) 군사경찰반장은 적설량에 따라 유동적으로 기지 순찰 방법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눈이 허리까지 쌓여 외곽 순찰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땐 내곽 위주로 동선을 조정해 침투 흔적과 펜스 훼손 여부를 정밀하게 살핀다. 심 중사는 “혹한의 날씨라도 기지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기에 교육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자체 기지방어 훈련은 물론 육군 지원부대와 합동으로 드론 침투 등 다양한 복합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통해 입체적인 방호 태세를 확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혹한의 환경은 장병들을 더욱 단단하게 묶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2월 부대에는 하루 110㎝라는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졌다. 퇴근길이 막힌 대대원 전원이 부대에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드럼을 치고, 보드게임을 하며 밤이 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웠죠. 위기 상황에서 서로 의지하며 버틸 수 있는 ‘진짜 가족’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성수훈(상사) 레이다정비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 지었다.

어려움조차 추억으로 승화시키는 긍정의 힘,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끈끈한 전우애가 있기에 8785부대 장병들은 오늘도 구름 위 요새에서 묵묵히 대한민국 동북부 영공을 지키고 있다.



인터뷰 / 동북부 영공방위의 주역들을 소개합니다
자부심 1등 김정건(소령) 부대장


“흔히들 우리 부대를 하늘 아래 첫 부대라고 하는데, 틀린 말입니다. 저희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 부대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영공을 지킨다는 자부심만큼은 대한민국 최고의 부대라고 자부합니다.”

김정건(소령) 8785부대장의 목소리엔 힘이 실려 있었다. 110㎝의 기록적인 폭설에도 끈끈한 전우애로 뭉쳐 임무를 완수해내고 있는 공군방공관제사령부 예하 8785부대원들. 극한의 환경에서도 전투대비태세 완비는 물론 헌혈과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 온기를 전하는 ‘진짜 군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 부대의 특징은 ‘두 번째’라는 점입니다. 해발고도도, 적설량도, 기온도 공군에서 두 번째 부대죠. 가장 눈이 많이 오는 울릉도 지역이 ‘넘사벽’이라면, 저희는 하루 13㎝는 ‘적당히’, 20㎝는 와야 ‘좀 내렸네’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낭만은 ‘첫 번째’라고 자부합니다. 출근길마다 마주하는 경치가 매일 다릅니다. 어떤 날은 구름 속에 갇히고, 어떤 날은 강릉 앞바다까지 훤히 보이죠. 붉게 물든 일출과 푸른 설산의 조화는 힘든 고지 생활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제가 부임한 지 한 달 남짓 됐지만, 가장 놀란 건 부대원들의 전문성과 주도성입니다. 재난 상황에서 매뉴얼에 따라 척척 움직이고, 필요한 보고를 적시에 하는 모습을 보며 부대원들을 신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음 314’라는 슬로건 아래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는 부대원들이 고맙습니다.”




나눔 141회 장창근(원사) 레이다정비반장

“임무 완수는 물론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멈추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41회 헌혈했고, 2019년에는 100회를 달성해 대한적십자사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습니다. 2024년에는 서울대병원에 헌혈증 100장을 기부하기도 했고요. 비록 지금은 사고로 몸 상태가 완벽하진 않지만, 제 작은 나눔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멈출 수 없습니다. 저희 정비반원들도 이런 나눔의 가치를 함께 실천하며 따뜻한 부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전우애 100℃ 윤준상(하사) 기반체계정비사

“지난해 3월 항공과학고를 졸업하고 임관해 첫 자대로 이곳에 왔습니다. 처음엔 ‘황병산 간다’고 하니 주위에서 걱정했는데, 막상 와보니 편견이었습니다. 스키장도 가깝고 강릉 시내도 30분 거리라 인프라가 훌륭하거든요. 겨울철 강풍과 폭설로 야외 작업이 제한될 때가 힘이 들기도 하지만, 부대 특유의 끈끈함이 큰 힘이 됩니다. 서로의 개인 시간은 존중해주면서도 챙길 땐 확실히 챙겨주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부대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부모님·여자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성장 365일 황정민(일병) 차량정비병

“시력 때문에 군대에 오지 못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남자로서 군 복무 경험은 놓칠 수 없었죠. 지난해 10월 전입 땐 평균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이곳의 추위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선임들과 간부님들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금세 적응했습니다. 차량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한 이곳에서 제가 정비한 차가 안전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걸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매일 성장하고 있습니다. 황병산의 추위는 매섭지만, 부대원들의 정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 뜨겁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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