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초·중·고교 학생들은 연간 15시간의 사회정서교육을 받게 된다. ‘사회정서’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매우 생소했다. 개인정서, 즉 개인이 지닌 정서와 다른 개념인지 의문이었고, 사회란 용어에 정서가 붙은 이유가 궁금했다. ‘사회정서교육(SEL·Social Emotional Learning)’은 마음 건강과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 실시하는 교육이다. 자기인식, 자기조절, 관계 인식, 관계 관리, 공동체 인식, 마음 건강관리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다룬다.
사회정서를 설명하는 연구자에게 요즘 이 용어가 주목받는 이유를 물었다. 기성세대는 어린 시절 외식 때 시끄럽게 하거나 타인에게 지장을 주는 행동을 하면 부모님이나 주변 손님 또는 식당 직원에게 조용히 하라는 훈계를 들었다. 타인을 인식하고 공공장소 예절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사회화 과정을 거쳤다. 이런 경험이 누적돼 스스로를 조절하고 공동체와 관계 맺는 방법을 익혀 나갔다. 그러나 요즘 식당에서 비슷한 일이 생기면 부모님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 주고, 모두가 정숙하고 행복한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배울 기회를 미디어기기에 뺏기게 됐다는 의견이다.
요즘은 ‘홀로 생활’이 자연스러운 시대다. 대중교통에서 개인 디지털기기로 콘텐츠를 즐기고, 식당에서도 1인 식사를 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종일 다른 사람과 대화하지 않을 수도 있고, SNS에서 타인과 소통하는 경험도 일상적이다. 타인을 향한 관심이 부족해지거나 갈등이 생겼을 때 감정 소모를 쉽게 회피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군대라는 공간이 수행하는 사회정서교육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비록 상명하복의 특수한 관계 속에서 생활하는 공간이지만 인사, 정리정돈, 시간 엄수, 보고와 소통방식 등의 과정에서 자기조절을 배우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 규칙 준수, 예의, 책임감 등 머리로 배웠던 다양한 ‘앎’을 ‘삶’에서 깨닫게 된다. 물론 적응하는 과정은 힘들고 어려운 면이 있다. MBTI가 I였던 제자는 군 생활을 하면서 E로 바뀌었다고 하고, 부드러운 말투를 쓰던 제자는 ‘다나까’로 말투를 고치며 정신을 차려야 언어가 바뀐다는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이전과 다른 ‘나’가 되기 위해 기다리는 법, 참는 법, 조정하고 절제하는 법을 체득해야 하기에 그 과정은 불편하고 힘들다. 하지만 이것이 어른이 되고 사회정서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 아닐까?
군 생활에서 경험한 이 ‘불편한 배움’은 전역 후 사회라는 넓은 바다로 나갔을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 현대사회는 단순히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넘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알고 조직의 온도에 맞출 줄 아는 ‘정서적 성숙함’을 가진 인재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힘들게 익힌 보고 절차는 조직 내에서 신뢰의 언어가 되고, 억누르며 배운 인내심은 예기치 못한 갈등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평정심의 뿌리가 된다. 군대에서 키운 사회정서 역량은 타인에게는 ‘믿음’이란 확신을 주고 자신에게는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을 선물한다.
오늘도 묵묵히 하루를 견뎌 낸 장병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여러분이 지금 입고 있는 군복은 단순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옷이 아니라 훗날 사회라는 무대에서 입게 될 가장 빛나는 ‘인격의 정장’이라는 것을…. 지금 흘리는 땀방울과 꾹 참아 낸 감정의 조각이 모여 여러분의 인생을 지켜 낼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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