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볼 수 없다, 전장의 병사를…

입력 2026. 01. 27   15:46
업데이트 2026. 01. 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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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판도 바꾸는 드론·AI >> 드론 센서와의 보이지 않는 전쟁: 위장에서 교란까지

드론 센서 피하기 위해 진화하는 기술
가시광선·열화상 등 4개 영역 무력화
다중 스펙트럼 위장시스템 실전 입증
미 육군은 센서 능력 탑재한 헬멧 내놔
초음파·빛 이용한 교란작전도 발전
미래 센서 교란, AI 활용한 복합공격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한 병사가 숲 무늬 위장복을 입고 참호에 웅크리고 있다. 나뭇잎과 흙먼지 사이로 그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하늘 위 300m 상공에서 선회하는 러시아 올란(Orlan)-10 드론의 열화상카메라에는 그의 체온이 선명한 붉은 점으로 표시된다.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완벽한 위장이었지만, 적외선 스펙트럼에선 무방비상태였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분석 보고서에서 ‘광범위한 정보·감시·표적획득·정찰체계와 다층 센서망이 은폐를 극도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단일 스펙트럼 위장의 시대는 끝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다중 스펙트럼 위장 기술이다. 스웨덴 사브사의 바라쿠다솔저시스템(BSS)은 가시광선, 근적외선, 단파적외선, 열화상의 4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센서 서명을 감소시킨다. 판초처럼 착용하거나 엄폐물로 사용할 수 있는 이 위장막은 다양한 크기로 제공된다. 독일 고스트후드, 이스라엘·미국 합작사인 파이브로텍스도 비슷한 제품을 생산한다.

효과는 실전에서 입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부대는 러시아군 후방 정찰 임무 시 이런 장비로 장시간 잠복한다. 드론이 상공을 지나가도 열화상카메라에 잡히지 않는다. 한계도 명확하다. 움직이는 순간 체온 서명이 노출되므로 휴대성과 기동성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군은 흥미로운 선택을 했다. 위장복에 밝은 청색이나 황색 완장을 부착한 것이다. 일견 모순적이다. RUSI 보고서는 이를 ‘기동부대가 은폐보다 명확한 식별을 택했으며, 생존을 위해 은폐보다 속도에 의존한다’고 분석했다. 어차피 드론에 발견된다면 근접전투에서 아군 오인사격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러시아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군과 유사한 위장복을 착용하는 경우가 있어 피아 식별이 생사를 갈라서다.

센서 기술의 발전은 방어만이 아니라 공격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육군의 ENVG-B는 드론이 가진 센서 능력을 개인 병사에게 제공한다. 백색 인광 영상증폭과 열화상을 융합한 이 헬멧 장착형 장비는 연기·안개 속에서도 표적을 식별한다. 디스플레이에는 증강현실 방식으로 지도, 웨이포인트, 아군 위치가 오버레이된다. 레오나르도 DRS사의 FWS-I는 소총 장착형 열화상 조준경으로 ENVG-B와 무선 연동된다. 병사는 엄폐물 뒤에서 소총만 내밀어도 헬멧 디스플레이로 표적을 확인하고 사격할 수 있다. L3해리스사는 이를 ‘슈터를 센서로’란 개념으로 발전시켜 개인 병사가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네트워크에 공유하고 드론 영상 피드를 받는다. 병사 개인이 전술 네트워크의 센서 노드가 되는 것이다.

스웨덴 사브사가 개발한 위장막 바라쿠다솔저시스템(BSS). 출처=사브 공식 홈페이지
스웨덴 사브사가 개발한 위장막 바라쿠다솔저시스템(BSS). 출처=사브 공식 홈페이지

 

센서의 진화는 새로운 취약점도 만들어 낸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군 차량 위 작은 장치에서 붉은빛이 하늘을 향해 쏟아진다. 이 빛을 받은 우크라이나 일인칭시점(FPV) 드론의 카메라 화면이 갑자기 하얗게 변한다. 레이저 블라인딩 기법이다. 디지털카메라의 핵심인 영상 센서(CCD·CMOS)는 강한 빛에 노출되면 포화상태가 돼 정상 영상을 만들 수 없다. 빨간색(650나노미터) 또는 녹색(532나노미터) 같은 특정 파장의 레이저를 카메라 렌즈에 조사하면 센서가 과부하상태가 된다. 여기서 나노미터는 빛의 파장을 나타내는 단위로, 1나노미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레이저 출력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저출력은 일시적 눈부심만 유발하지만, 중출력급은 몇 분에서 몇 시간 동안 센서를 손상시킨다. 고출력은 센서 표면을 영구적으로 파괴한다. 러시아군이 탱크와 장갑차에 장착한 시스템은 주로 중출력급으로, 500m~1㎞ 거리에서 접근하는 FPV 드론을 교란한다.

센서 교란의 가장 오래되고 효과적인 방법은 연막이다. 제1차 세계대전 참호전에서 쓰이던 이 고전적 무기가 드론 시대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접근이 감지되면 즉시 연막탄을 터뜨린다. 몇 초 안에 차량 주변이 하얀 연기로 뒤덮이고 드론 조종자는 목표물을 잃는다. 특수 연막탄은 적외선 파장을 흡수하는 물질을 포함해 열화상카메라도 차단할 수 있다. 연막 지속시간은 1~3분 정도이지만, 드론 배터리가 제한적이어서 이 짧은 시간이 생사를 가른다.

현대 전차의 능동방어시스템도 연막을 활용한다. 이스라엘의 트로피(Trophy)는 레이다로 날아오는 대전차 미사일이나 로켓을 감지하면 요격탄을 발사해 파괴하는 시스템인데, 일부 능동방어시스템은 연막 분사 기능도 함께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술들이 드론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다.

초음파는 드론의 비행제어 센서를 노린다. 20㎑ 이상의 고출력 초음파를 쏘면 드론 내부의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계가 오작동을 일으킨다. 공진현상으로 센서 구조물이 진동하면서 잘못된 신호를 보내면 드론은 균형을 잃고 추락한다. 2015년 미국 보안학회에서는 일반 스피커만으로도 드론을 추락시킬 수 있음이 입증됐다. 다만 유효거리가 10~20m에 불과해 실전 활용은 제한적이다.

미국 육군 장병이 헬멧에 착용한 ENVG-B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출처=미 육군 공식 홈페이지
미국 육군 장병이 헬멧에 착용한 ENVG-B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출처=미 육군 공식 홈페이지


빛을 이용한 교란도 있다. 초당 수십 번 깜빡이는 강력한 스트로보 라이트가 카메라의 노출 조절 기능을 마비시키는 원리다. 이스라엘 라파엘사의 드론 돔(Drone Dome)은 레이저와 전자전 재밍을 결합해 도심에서 드론을 파괴하지 않고 무력화한다.

미래의 센서 교란은 복합공격이다. 레이저로 카메라를 무력화하고 초음파로 자이로스코프를 교란하며 연막으로 시야를 차단하는 식이다. 선진국의 차세대 대드론시스템은 전자전, 레이저, 음향 방해를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한다. 인공지능(AI)이 드론의 종류와 거리를 판단해 최적의 교란방법을 자동 선택한다. 국방과학연구소(ADD)도 가시광선부터 전파까지 모든 스펙트럼을 장악하는 ‘스펙트럼 지배’ 개념을 연구 중이다. 

하지만 창과 방패의 경쟁은 계속된다. 드론이 다중카메라를 장착하면 교란시스템은 여러 각도에서 동시 공격한다. AI가 모든 센서 위치를 파악해 일제히 무력화하는 것이다. 방어 측도 진화한다. 강한 빛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필터가 작동해 센서를 보호하는 적응형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선글라스처럼 밝기를 조절하는 원리다. 다만 이런 센서는 비용과 무게 때문에 모든 드론에 탑재하기 어렵다. 당분간은 교란 기술이 우위를 점할 것이다.

21세기 전쟁에서 센서는 드론의 생명이다. 센서를 잃은 드론은 무력하다. 다중 스펙트럼 위장에서 레이저 블라인딩까지, 연막에서 초음파 교란까지. 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승자는 단순한 기술 우위가 아니라 통합의 지혜를 가진 쪽이 될 것이다. 드론을 파괴하지 않고도 무력화하는 것, 그것이 센서 교란 기술의 진정한 가치다.

다음 회에선 작은 드론을 쫓는 더 작은 미사일의 공중 추격전과 근접신관이 만드는 치명적인 순간을 살펴본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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