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시설 활용 일과표 조정
오후 4시 체력단련 시간 앞당겨
오전 7시 운동으로 하루 시작
부대원 86% “일과표 조정 만족”
체력등급 불합격자 22%p 감소
일과 일찍 마무리 개인여가 시간 활용
육군51보병사단 비룡여단이 공간력 혁신과 일상의 변화로 ‘체력·전투력 강화’란 성과를 거둬 주목받고 있다. 신축 시설을 활용하고 일과표를 조정해 부대원에게 체력단련 여건을 제공한 것인데, 체력등급 불합격자 비율이 시행 전과 비교해 22%포인트 감소하며 효과를 입증했다. 체력·전투력 측면뿐 아니라 밝은 병영문화 조성에도 일조하고 있다. 글=이원준/사진=조용학 기자
매일 오전 7시 체력단련하며 하루 시작
생각해 보자. 오후 4시 체력단련 시간,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들다. 갑자기 생긴 업무 때문에, 밀린 작업 때문에, 길어지는 출장 일정 때문에 오늘도 체력단련은 하늘의 별 따기. 부대에 남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부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일 테다.
지난 21일 찾은 비룡여단의 체력단련은 다른 부대 모습과 사뭇 달랐다. 오전 7시가 되자 운동복을 입은 장병·군무원이 실내 체육관에 모였다. 이들은 체육관에서 스쿼트·윗몸일으키기·베어워크 등 맨몸 운동을 하며 신체 능력을 끌어올렸다. 익숙한 듯 운동기구를 준비하고, 삼삼오오 모여 자율적으로 운동했다.
일부 장병들은 맨몸 운동을 마친 뒤 체육관 밖으로 나갔다. 단체 뜀걸음으로 운동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전우와 함께 우렁차게 구호를 외치며 체감온도 영하 17도의 혹한을 이겨냈다.
누군가의 강요로 하는 운동이 아니다. 조정된 일과표에 따라 운동할 시간과 여건을 보장받을 뿐이다. 육군 표준일과표에 따르면 겨울철 일과는 오전 8시30분에 시작하지만, 여단은 이보다 빠른 오전 7시에 하루를 연다. 일과표를 조정해 오후에 있던 체력단련 시간을 오전 7~8시 사이로 앞당겼다.
통신중대 김동준 원사는 “군 생활 30년을 통틀어 아침 체력단련이 주는 즐거움을 처음 알게 됐다”며 “출근과 동시에 운동하면서 업무성과와 체력 향상을 모두 얻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뿐만 아니라 전우애와 단결력을 형성하는 등 여단 전투력 창출에 이바지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부터 조정된 일과표 적용
여단은 지난해 7월부터 조정된 일과표를 적용하고 있다. 6개월간 꾸준히 운동한 결과 장병들의 체력 수준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일과표를 조정하기 전 34%에 달했던 체력등급 불합격자 비율은 지난달 기준 12%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체력등급 특급 비율은 기존 12%에서 18%로, 1급 비율은 15%에서 22%로 상승했다.
‘병 진급 개인훈련 평가’ 불합격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 체력단련 시행 전 12%에 달했던 불합격률은 시행 후 1%대로 급감했다. 불합격에서 1급으로 3단계나 껑충 뛴 사례도 나왔다.
장병들의 신체는 ‘더 민첩하고 날렵하게’ 바뀌었다. 체력단련 시행 전후 체중·체형을 비교한 결과 부대원의 48%가 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대부분은 기존 고도비만·비만·과체중이었다. 체력 상승은 전투력 증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사단 체육대회 종합우승’ ‘사단 체력왕 경연대회 1~3등 석권’ ‘군단 전투력측정 우수부대 선발’ 등은 여단이 이를 바탕으로 반년간 일궈낸 성과다.
눈으로 확인한 변화에 부대원 대다수는 아침 체력단련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여단이 조정된 일과표에 관해 설문한 결과, 부대원 86.2%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주요 이유로는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 시작’ ‘일과 후 늘어난 개인정비 시간’ ‘부대 단합·단결력 향상’ 등이 제시됐다.
이계명(대위) 전투지원중대장은 “기존 체력단련 시간에는 업무, 출장 등 다양한 이유로 참여율이 저조했다”면서 “중대원들과 함께 체력단련으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체력 증진은 물론 여유 있는 일과 준비, 교육훈련 집중 등 이전보다 효율적인 부대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오후 4시 일과 끝…‘공간력이 뒷받침’
여단의 하루는 다른 부대보다 빨리 마무리된다. 오후에 있는 체력단련 시간을 이른 오전으로 앞당긴 만큼, 당연히 일과도 빨리 끝난다. 오후 4시가 되면 부대는 당직근무 체계로 전환, 간부들은 퇴근하고 병들은 생활관으로 돌아가 개인시간을 갖는다. 일과표를 조정한 효과는 여기서도 나타난다. 병·간부 구분 없이, 일과가 끝난 뒤에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일찍 귀가해 육아하거나, 못다 한 운동을 하는 등 다양하다. 생활관으로 복귀한 병들에게는 개인 휴대전화가 지급된다.
박준혁 일병은 “일과를 마친 뒤에도 저녁식사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다 보니 전우들과 운동 또는 독서·공부를 하고 있다”며 “꾸준히 공부해 전역할 때까지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여단이 아침 체력단련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간력 혁신’이 있다. 평택시 도시개발계획의 하나로 지난해 2월 여단 통합주둔지가 새롭게 조성됐다. 냉·난방 설비를 갖춘 체육관, 남·여 샤워장 등 시설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체력단련을 하고 정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여단은 앞으로도 부대원의 체력단련 및 자기 계발 여건을 보장해 ‘사람 중심의 병영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설 방침이다.
인터뷰 홍길동(대령) 비룡여단장
매일 ‘세븐투포’ 습관으로 과체중 용사 10㎏ 감량…일과표 조정 가능한 것은 ‘공간력’ 혁신 덕분
“전투력의 기본은 체력입니다. 체력을 향상하기 위해선 꾸준함(시간)과 제반시설(공간력)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부대원이 체력단련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 전투력 향상에 앞장서겠습니다.”
부대원과 함께 아침 체력단련을 한 홍길동 비룡여단장은 운동복 차림으로 인터뷰에 나섰다.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하고, 못하는 운동이 없는 그의 오랜 지론 중 하나가 ‘체력은 곧 전투력’이다. 부대원의 체력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에서 ‘일과표 조정’이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여단장 부임 전 한미연합군사령부에서 근무하며 직접 본 미군의 모습이 영감이 됐다.
“캠프 험프리스의 미군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체력단련을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해외파병을 나온 그들도 전투력 유지를 위해 매일 체력단련에 매진하는데, 정작 우리나라를 지킨다는 우리의 모습에 반성하게 됐습니다. 일과표 조정에 앞서 부대원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2주에 걸쳐 계층별로 그룹을 나눠 캠프 험프리스를 찾아 아침 체력단련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일상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홍 여단장이 일과표 조정을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공간력’이다. 지난해 2월 통합주둔지로 부대 이전을 하면서 다목적 실내 체육관, 실내 사격장 등 신축 시설을 활용하게 됐다. 운동 후 씻을 수 있는 샤워실도 남녀를 구분해 조성됐다. 아침 체력단련은 ‘하드웨어(공간력)와 소프트웨어(일과표 조정)를 조합한 성과’라고 홍 여단장은 표현했다.
홍 여단장의 바람은 비룡여단의 ‘오전 7시~오후 4시’ 일과가 육군 표준일과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체육시설, 샤워시설 같은 공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과체중으로 턱걸이 하나 못하던 용사가 10㎏를 감량했습니다. 체력이 딸려 부모님이 걱정하던 용사는 3㎞ 달리기를 완주·합격하고, 일과 후 한국사 시험을 준비합니다. 공간력 혁신과 일상의 작은 변화로 육군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육군51보병사단 비룡여단 장병들이 지난 21일 실내 체육관에서 체력단련 시간을 활용해 베어워크 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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