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기업 개발자인 한국인 제자에게서 고민이 있다며 메일이 왔다. AI를 로봇이나 자율주행자동차에 탑재해 레벨을 높이기 위해선 AI로 하여금 진짜 인간처럼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공학자인 제자는 AI를 개발하면 할수록 심리학, 논리학, 수학 등의 공부가 더욱 절실해져 관련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할 때 브리핑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애플의 창의적·혁신적 제품은 인문학(Liberal Arts)과 공학(Technology)의 융합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던 장면이다. 그래서 AI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대학 전공을 조사해 봤더니 정말 의외였다. 대부분이 인문사회 전공자였기 때문이다.
지난 15년간 세계 슈퍼리치 1위였던 빌 게이츠의 전공은 법학이었다. 법학을 전공하면서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수학, 컴퓨터도 계속 공부했다. 그러다가 중학교 컴퓨터 동아리에서 함께 꿈을 키워 온 폴 앨런과 MS를 창업하면서 자퇴했다.
잡스는 당시엔 보기 드문 인문사회와 자연과학의 융합교육을 추구한 리드칼리지에 입학했으나 가난한 형편에 등록금이 없어 1학기만 다니다가 자퇴했다. 그러나 그의 실력을 알아본 학장이 좋아하는 과목을 청강하도록 허락한 게 타이포그래피였다. 이 과목이 훗날 매킨토시 컴퓨터의 디자인 철학이 됐다. 그는 1년 반을 친구들의 기숙사 바닥에서 자면서 공부했다.
SNS를 개척한 마크 저커버그는 어떠한가? 그는 심리학 전공자로 “사람들이 의외로 흥미를 갖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다. 심리학과 컴퓨터는 서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2학년 때 페이스매시를 개발해 대학 게시판에 올렸다가 학생들이 갑자기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자 학교 보안 침해,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퇴학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지금의 그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 슈퍼 SNS 플랫폼 회사인 메타의 개발자이자 CEO가 됐다.
일본 최고의 부자이자 재일 한국인 3세 손정의는 철도 옆 무허가 한인 집성촌 판잣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온갖 수모와 차별을 겪었다. ‘조센징’이란 이유만으로 집단 따돌림을 당했고, 돌에 맞아 머리가 찢어진 적도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밖에 없었다. 결국 혼자 16세에 미국으로 떠났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이어 어학과정(ESL)을 수료해 칼리지에 입학했다. 여기서 전 과목 A의 성적으로 졸업해 UC버클리대 경제학부 3학년으로 편입했고, 경제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19세가 되던 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인생 50년 계획’을 세웠다. 계획대로 실천한 그는 현재 ‘일본 사장들이 닮고 싶어 하는 베스트 사장’, 일본 대학생들이 꼽은 ‘혁신의 기업가’ 등으로 불리며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됐다.
인간처럼, 나아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AI를 개발하기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이 질주하고 있다. 인간의 편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AI를 개발하려면 오랜 인류의 정신문명에 대한 보편적 지식과 통찰력이 있어야 하기에 인문사회학의 소양이 더욱 필요하다고 제자에게 답했다. 공학도 중요하고 인간을 이해하는 인문사회학 공부도 중요하다.
이 세상을 혁신하는 데는 다양한 전공 분야의 지식을 합하고 녹여 혁신하는 창의융합형 인간이 더욱 요구되는 세상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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