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변화와 전투력

입력 2026. 01. 26   17:14
업데이트 2026. 01. 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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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근 상병 육군23경비여단
유동근 상병 육군23경비여단



공간은 생각과 행동을 바꾼다. 밝은 공간은 긍정적 생각을 끌어낸다. 체련단련실에서는 운동을, 북카페에선 책을 읽게 되는 것처럼 행동을 만들기도 한다. 군에서의 공간은 더욱 특별하다. 장병들의 생각과 행동 변화를 넘어 전투력 향상까지 이어진다. 실제 우리 부대에서는 공간을 통한 전투력 향상이 구현되고 있다. 

해안 경계작전을 담당하는 우리 소초 영상감시병들은 열상감시장비(TOD)와 과학화 카메라를 운용하며 365일 24시간 공백 없는 작전을 수행 중이다. 경계작전의 특성상 주간·전반야·후반야로 나뉜 교대근무는 불가피하다. 기존에는 생활관을 장비별로 나눠 TOD와 과학화 카메라 각각 2개씩 생활관을 사용하다 보니 근무주기가 달라 불편한 점이 많았다. 생활관에는 늘 후반야 근무에 투입됐던 인원이 낮에 취침하고, 다른 근무주기의 장병들은 휴식에 방해될까 봐 조심스럽게 출입해야 했다. 후반야 영상감시병들을 위해 별도의 취침 생활관을 만들어 휴식여건을 개선해 봤으나 개인공간이 아닌 임시공간이었기에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간을 변화시켰다. 취침 인원과 활동 인원이 혼재된 기존의 장비별 생활관에서 벗어나 같이 취침하고 작전도 함께하는 근무주기별 생활관으로 공간을 새로 설계했다. 처음엔 오랫동안 함께 생활하던 인원들과 생활관을 분리하는 것에 걱정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변화된 공간에서 생활해 보니 무엇보다 온전한 휴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후반야 근무 후 다른 인원의 출입이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주간에도 자신의 생활관을 눈치 볼 필요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고 병력을 관리하는 간부들의 불편함도 자연스레 줄었다. 경계작전의 질도 향상됐다. 근무주기별로 상황실에서 함께 작전하는 인원들이 같은 생활관에서 지내다 보니 팀워크가 형성됐다.

공간의 변화로 새로운 공간도 생겨났다. 영상감시병들의 생활관을 조정하면서 경계분대 생활관과 행정반의 위치를 재배치해 2층은 상황실·행정반 중심의 사무공간, 3층은 생활공간으로 임무와 휴식의 동선을 분리했다. 또한 영상감시병들의 생활관이 4개에서 3개로 조정되면서 남은 공간과 사용이 뜸했던 공간을 장병학습실과 사이버지식정보방으로 개선했다. 우리의 생활 만족도는 높아졌고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돼 빈틈없는 경계작전이 가능해졌다.

우리 여단이 하고 있는 공간력은 부대원들이 임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그 안에서 단결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전투력 설계’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최적화된 공간에서 얻은 힘을 바탕으로 동해안 최전선을 더욱 굳건히 지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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