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호흡도 숨죽였다
특전의 본능이 깨어났다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 체감 영하 20도, 야산의 극한 환경 극복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되어… 2개 대대 동일 공간서 동시 훈련 펼쳐
대체불가 임무 완수 위해… 밤낮없이 침투 특수작전 수행력 향상
바람이 멈추지 않는 한겨울 야산,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밑돈다. 꽁꽁 얼어붙은 흙은 곡괭이로 내려쳐도 쉽사리 깨지지 않고, 장갑 속 손끝과 군화 속 발끝은 금세 감각을 잃는다. 5분만 가만히 서 있어도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엄습하는 극한의 환경. 그 한복판에서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특전대원들은 묵묵히 훈련하고 있었다. 이들이 혹한기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민의 군대로서, 반드시 해내야 할 임무이기 때문이다. 글=이원준/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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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이 곧 전장
지난 22일, 경북지역 내륙의 한 훈련장. ‘훈련장’이라는 말보다 ‘야산’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곳에서 특전사 황금박쥐부대의 대대급 쌍방 혹한기 전술훈련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인위적으로 다듬어진 시설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자연 그대로의 산세가 곧 전장이었다.
황금박쥐부대 한승찬(대위) 정훈참모의 안내를 받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등산로 하나 없는 가파른 비탈길.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얼어붙은 낙엽이 ‘사각’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나뭇가지를 붙잡고 몸을 끌어올리기를 반복한 지 10여 분. 이곳에서 수일째 전술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버팔로대대 작전팀과 마주할 수 있었다.
황금박쥐부대의 이번 혹한기 훈련은 여느 해와는 달랐다.
특전사에서 올해 유일하게 2개 대대가 동일한 공간에서 동시에 훈련하는 대대급 쌍방훈련이기 때문이다. 버팔로대대와 황금번개대대는 특수작전팀과 대항군 임무를 번갈아 맡으며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되는 방식으로 실전성을 극대화했다.
이날은 버팔로대대가 특수작전팀 역할을, 황금번개대대가 대항군 역할을 수행하는 기간이었다. 이에 따라 버팔로대대 작전팀은 적 후방지역에 침투한 상황을 가정하고, 훈련장 곳곳에 은거지를 구축한 채 특수작전을 은밀히 전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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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거지 구축, 특수정찰 임무 수행
훈련장 인근 도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지역. 강창모(중위) 부팀장과 안태길(중사) 폭파담당관은 은거지 안에 몸을 밀착한 채 특수정찰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위장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 두 사람은 실제 적지에 침투한 것처럼 주변 지형과 도로 상황을 세밀하게 관측하고, 확보한 정보를 통신망을 통해 지휘소로 실시간 보고하고 있었다.
“사각사각” 비탈 위쪽에서 낙엽을 밟는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대항군을 맡은 황금번개대대 특전대원들이 은거지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강 중위와 안 중사는 즉각 모든 동작을 멈췄다. 숨을 최대한 죽이고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었다. 마스크 안쪽으로 새어 나올 수 있는 숨소리조차 위협이 되는 순간이었다. 심장 박동 소리마저 크게 느껴질 만큼, 은거지는 숨을 삼킨 듯 고요해졌다.
은거지가 발각되면 곧바로 작전 실패로 이어지는 상황. 다행히 대항군은 은거지를 알아채지 못한 채 그대로 지나갔다.
낙엽과 나뭇가지, 주변 지형을 활용해 구축한 은거지는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울 만큼 정교했다.
위기를 넘긴 두 사람은 곧바로 임무를 재개했다.
잠시 후 도로 위로 무기를 탑재한 적 차량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작전팀은 즉시 지휘소에 첩보를 보고하고, 항공화력유도 절차에 돌입했다. 목표물 좌표를 정확히 산출해 입력하고 항공 화력을 유도하는 전 과정을 실전과 동일하게 수행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대물저격총도 함께 운용했다. 대물저격총은 일반 저격소총보다 월등한 관통력을 갖춰 장갑차 등 적 주요 장비를 제압하는 데 활용된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작전팀은 바로 연결작전에 돌입했다. 대항군의 탐색을 피해 은거지를 이탈한 특전대원들은 완전무장을 갖춘 뒤 흐트러짐 없는 대형을 유지하며 산악기동에 나섰다. 아군 지역으로 무사히 복귀하는 것까지가 작전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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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훈련으로 작전능력·생존성 극대화
황금박쥐부대의 대대급 쌍방 혹한기 전술훈련은 지난 16일 시작해 24일까지 진행됐다. 특전대원들은 약 2주간 숙영하며 혹한의 환경 속에서 침투 및 특수작전 수행능력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렸다.
특수작전 훈련 중에는 은거지에서 밤낮을 보내며 극한의 상황을 견뎌냈다. 특히 1개 대대가 교대로 대항군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적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실전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했다. 부대는 항재전장의 개념을 반영한 실전적 훈련을 통해 팀 단위 작전수행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쌍방 전술훈련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은 약 2주 전부터 충분한 내한 훈련을 마친 상태에서 실시됐다. 특전대원들은 △적 후방지역 침투 △특수정찰 및 항공화력유도 △공중재보급 및 연결작전 등 과제를 중심으로, 대항군 임무를 포함해 서로 교대하며 훈련했다.
아울러 군종실과 정훈실은 ‘무형전투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훈련 전·중·후 개인별 설문을 실시하고, 이를 분석해 지휘관에게 전투력 판단 자료를 제공했다. 참모 조언을 통해 특전대원들의 전투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황금박쥐부대는 이번 훈련을 통해 혹한의 자연환경 속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는 최정예 특전사로서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버팔로대대 김영창(대위) 중대장은 “혹한 상황에서 전시 작전지역과 유사한 환경에서 훈련하며 동계작전 수행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대체불가 특전대원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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