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위기가 만들어낸 예비군훈련의 진화

입력 2026. 01. 23   15:33
업데이트 2026. 01. 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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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관 중령 육군56보병사단 삼각산여단
강용관 중령 육군56보병사단 삼각산여단

 


오랜만에 야전으로 복귀해 예비군훈련 현장을 직접 마주하며 가장 먼저 느낀 점은,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훈련 환경과 방식이 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여단에는 과학화된 예비군훈련장이 두 곳이나 조성돼 있으며, 이는 예비군훈련이 더 이상 형식적 반복이 아닌 실질적인 전력 유지 체계로 발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국가는 정규군 창설과 함께 전시 병력 손실을 보완할 예비전력 확보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이 과정에서 창설된 호국군은 제도화된 예비군의 초기 형태였으나 행정적·재정적 한계로 인해 단기간에 해체됐다. 이후 1968년 이전까지 한국군은 표준화된 훈련 체계와 중앙집중식 동원 구조가 부재한 상태에서 후방 방위의 취약성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근본적으로 전환시킨 계기는 1968년 1·21 사태였다. 수도 서울 한복판까지 침투한 무장공비 사건은 지역 단위에서 즉각 대응 가능한 예비전력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향토예비군이 창설되고 예비군법이 제정됐으며, 주민등록제도를 기반으로 한 전국 단위 인력 관리·동원 체계가 확립됐다. 이는 예비군을 국가 안보의 핵심 전력으로 제도화한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며 예비군훈련은 동원훈련, 동미참훈련, 기본훈련 등으로 체계화됐고, 전시 동원 준비태세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경제 성장과 사회 구조의 변화는 장기간·숙영 중심 훈련이 개인의 생업과 사회 활동에 미치는 부담을 점차 부각시켰고, 군은 준비태세 유지와 사회적 수용성 간 균형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도입된 것이 과학화 예비군훈련이다. 모의전투체계, 자동화된 평가 시스템, 시나리오 기반 훈련은 제한된 시간 안에서도 실질적인 전투 숙련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과학화 훈련은 훈련의 질을 객관적으로 증명함으로써 훈련 시간 단축과 행정적 유연성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2025년을 기점으로 추진되는 예비군훈련 개편은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동원훈련 I형과 II형으로의 재편, 모바일 소집통지서 도입, 학생 예비군훈련 부담 완화 등은 안보 효율성과 사회적 요구를 동시에 고려한 결과다. 이는 예비군을 임무의 긴급도와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전력으로 운용하려는 전략적 판단을 반영한다.

최근 야전에서 과학화된 예비군훈련을 지켜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일즈(MILES) 장비를 착용한 예비군들이 실전과 유사한 환경 속에서 전술적 판단과 팀워크에 몰입하며 훈련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의무를 이행하는 차원을 넘어 훈련 자체에 흥미와 열정을 보이는 모습에서 예비군훈련이 지향해 온 변화의 방향이 현장에서 분명히 구현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며 예비군이 과거의 경험에 머무는 전력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전장 환경에 부합하는 실질적 전력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예비군훈련과 제도 발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서 큰 보람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기술과 제도, 그리고 참여자의 인식 변화가 함께 만들어낸 이 진화는 앞으로 한국군 예비군훈련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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