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은 대한민국의 존립을 가른 전쟁이었다. 그 한복판에서 풍전등화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목숨과 청춘을 바친 호국영웅들이 있다.
국가는 그중 탁월한 공적을 세운 이들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했다. 무공훈장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당신의 희생이 이 나라를 지켜냈다”고 선언한 증표다. 그렇다면 그 훈장을 가슴에 단 호국영웅들은 그 선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는가.
생존해 있는 6·25 참전 무공훈장 수훈자 대부분은 93~94세에 이른 고령자다. 이분들에게 지급되는 중앙정부의 무공영예수당은 월 50만 원대 중반 수준이며, 일부 지방자치 단체가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다. 같은 전쟁에 참전했고 같은 무공훈장을 받았음에도, 거주지에 따라 예우가 달라지는 현실은 국가 책임의 형평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훈장 등급이 예우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대한민국 무공훈장은 태극·을지·충무·화랑·인헌 등으로 구분되며, 최고 등급인 태극무공훈장은 전황을 바꿀 정도의 결정적 공적을 세운 이에게 수여된다.
그러나 무공영예수당은 등급과 무관하게 모든 수훈자에게 동일하게 지급되는데 등급에 따라 5000원 차이 난다. 태극무공훈장 수훈자 57만 원, 인헌무공훈장 수훈자 55만 원 등 거의 같은 금액의 수당을 받는 현실은, 국가가 공적의 무게를 인정했음에도 예우에서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태극무공훈장 수훈자는 전투 지휘, 전선 구원, 결정적 전과 등 전쟁의 흐름을 바꾼 공적을 세웠다. 그럼에도 수당과 의료·복지 혜택에서 최하위 등급과 차이가 없는 것은, 최고의 희생에도 추가 책임을 지지 않는 제도라 할 수 있다. 훈장은 명예를 상징하지만 그 의미가 삶 속에서 체감되지 않는다면 가치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면 국가는 끝까지 책임진다”는 믿음이 흔들린다면 보훈은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보훈정책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참전유공자에 대한 기본 생활 보장을 현실화하고, 무공훈장 등급에 따른 예우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태극무공훈장 수훈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산 수당과 체감 가능한 지원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은 그 위에 더해지는 보완이어야지 국가 책임을 대신하는 장치가 돼서는 안 된다.
76년 전 6·25전쟁은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이었지만, 그 전쟁을 몸으로 겪은 호국영웅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다. 무공훈장이 빛나기 위해서는 훈장을 받은 이들의 삶 또한 존엄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며, 우리가 이 역사를 기억하는 올바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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