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애서가에 추천하고픈 벽돌책
SNS 세상엔 짧은 영상 넘쳐나지만
긴 호흡·깊이 있는 책이 주는 만족감
스마트폰엔 없는 진정한 ‘텍스트 힙’
가히 ‘숏폼’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SNS에 게시되는 글은 갈수록 짧아지고 영상은 1분만 넘어가도 지루하다고 느끼는 이가 늘고 있어서다. 이런 세태에도 1000쪽을 훌쩍 넘어가는 ‘벽돌책’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깊이 있는 콘텐츠를 원하는 애서가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2026년의 첫 책은 벽돌책을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 깊이 있는 내용은 물론 1000쪽이 넘는 책을 읽어 냈다는 뿌듯함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맹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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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제국사를 전공한 영국 역사가 캐럴라인 핑클이 쓴 『오스만제국사: 창건부터 튀르키예공화국 수립까지』는 600년 넘게 광대한 영토를 통치한 오스만제국의 역사를 집대성한 만큼 1096쪽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1300년경 튀르키예의 한 부족장에 불과했던 오스만이 세운 나라가 중동은 물론 동유럽까지 제패하기까지의 과정, 몰락했다가 다시 현대의 튀르키예로 부활한 서사를 정리해 무척 흥미롭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에 걸쳐 대제국을 형성해 가는 오스만의 술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궁중의 음모, 형제간의 피 튀기는 다툼, 변방 영주의 야심, 오스만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유럽 국가들의 조바심, 뛰어난 장군과 권모술수에 능한 여인들의 얘기까지 두루 다뤄 읽는 재미가 있다.
‘오스만’이란 명칭이 부족장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것도 몰랐을 정도로 이 지역 역사에 무관심했던 이들에게 이 책은 세계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던 오스만제국의 역사를 흥미롭게 알려 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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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언라이』는 ‘중국의 세계 강국 부상의 설계자’라는 긍정적 평가와 ‘마오쩌둥(毛澤東)의 충실한 개’라는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는 논쟁적 인물 저우언라이(周恩來)의 태생부터 죽음까지를 다룬 평전이다. 중국 현대사 연구의 석학 천젠 코넬대 명예교수가 25년간 저우언라이를 연구한 결과물인 만큼 역시 1068쪽의 분량을 자랑하는 벽돌책이다.
저우언라이는 어린 시절부터 출중한 능력을 자랑했고 탁월한 행정력으로 당원들의 지지는 물론 스탈린의 주목까지 받았다. 일찌감치 마오쩌둥보다 앞서 입지를 확보한 그는 한때 지나친 야심가여서 통제하기 힘든 마오쩌둥을 내치려고도 했다. 하지만 마오쩌둥만 한 군사적 재능이 없었던 그는 장제스(蔣介石)와 맞서려면 마오쩌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그를 곁에 둔다.
이후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마오쩌둥은 일인자의 자리에 올라 중원을 통일했지만, 저우언라이는 이인자로 뒤처졌고 마오쩌둥은 그를 끊임없이 의심했다. 27년간 총리로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권력을 누렸지만 여러 차례의 자아비판과 모욕, 숙청 위기를 겪어야 했던 저우언라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마오쩌둥보다 돋보여선 안 된다”는 자세로 평생을 살았다.
마오쩌둥도 저우언라이를 끝내 내치지 못했다. 그가 없이는 정부가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둘은 서로 견제했지만, 누구보다 상대의 탁월한 능력을 잘 알았던 만큼 필요에 의해 서로를 곁에 둔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마오쩌둥의 견제로 저우언라이는 끝내 일인자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후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저우언라이의 실용주의와 현대화 전략을 계승해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지위를 넘보는 나라로 만드는 토대를 마련했다. 저우언라이와 마오쩌둥이란 두 걸출한 인물의 갈등과 견제를 중심으로 중국 현대사를 흥미롭게 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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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으로 구성돼 총 4928쪽의 압도적 체구를 자랑하는 『정사 삼국지』는 설명이 필요 없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진나라 역사가인 저자 진수의 『삼국지』는 필법이 간결하고 근엄하지만 정통 역사서처럼 건조하다. 또 삼국지에서 한나라-위나라-진나라로 이어지는 역사를 정통으로 봤다.
반면 남조 송나라의 배송지는 진수의 『삼국지』에 주석을 곁들였는데, 소설적인 느낌이 강해 원전엔 없는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조조가 중풍에 걸린 척 쓰러져 숙부를 속이거나 낮잠 자던 자신을 제때 깨우지 않았다며 애첩을 죽인 일화 등이 대표적이다. 그에 더해 삼국 중 오나라와 촉나라를 비중 있게 다뤘다.
『정사 삼국지』는 이런 진수의 『삼국지』와 배송지가 엮은 주석을 함께 담아 정통 삼국 역사와 함께 신화적 면모도 만날 수 있는 장점을 동시에 노렸다.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 외에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삼국지』를 만나 보고 싶은 독자가 선택할 만하다. 한학 연구자인 김영문 세종대왕기념사업회 교열위원이 번역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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