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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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 작가 모옌(莫言)의 산문집이 출간됐다.
모옌이란 필명은 ‘말하지 않는다’는 뜻. 중국 산둥성 가오미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말이 많았다고 한다. 문화대혁명의 광풍 속에서 말 한마디가 자칫 화를 부를 수도 있었던 시절, 말 많던 소년은 어머니의 질타에 더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고 마침내 모옌이라는 역설적인 필명을 짓게 됐다. 하지만 결국 말하기 좋아하는 천성을 버리진 못했고, 훗날 중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됐다.
산문집은 노벨상 수상작가라는 화려한 명성 뒤 가려져 있던 인간적인 모옌의 얼굴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배가 고픈 나머지 콩깻묵 한 덩이를 얻기 위해 곡식창고 관리원 앞에서 개처럼 짖던 일부터 노벨상을 받고도 깊은 고독에 잠겨야 했던 순간까지 굴욕, 실패, 후회, 외로움이 어떻게 문학이 됐고 그 속에서도 어떻게 삶을 지탱했는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렇게 고백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절망이 글쓰기의 동력이 됐으며 일흔 평생 수없이 쓰러졌지만, 신기하게도 쓰러질 때마다 뿌리는 더욱 깊어졌다고.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수레에 실은 풀이 다 날아가도 끝까지 손잡이를 놓지 않던 할아버지의 굽은 등에서 ‘버티는 삶’의 숭고함과 생의 의지, 인간의 존엄을 배운 그는 독자에게 묻는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숱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덮기 전, 지금 어딘가에서 바람을 맞고 있을 독자분들에게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강풍을 맞고 있습니까?”
강풍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우뚝 서는 비결은 미동도 없이 맞서는 게 아니라 몸을 맡겨 흔들리되 자신의 뿌리는 절대 놓지 않는 것이라는 조언은 지금 시련을 겪고 있는 독자에게 적잖은 위로를 줄 듯하다. 맹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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