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으로 전투력을 지킨다

입력 2026. 01. 21   14:45
업데이트 2026. 01. 2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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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군대에서 무슨 일을 해?”

여덟 살 딸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총을 들고 훈련하는 이야기나 행군에 관해 말한다면 이해시키기 쉬웠을지도 모른다. 근무하는 부대의 임무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딸에게는 물론 때로는 동료 군인들에게조차 우리 부대의 역할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육군2군수지원여단 예하 예방의무대는 전투를 수행하는 군 장병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 식품과 수질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밀검사를 하고, 취사장과 군납식품 생산공장의 위생점검을 통해 장병들의 위생 수준을 관리한다. 또 작전지역에선 질병을 매개하는 요소를 조사·관리하며 감염병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

이러한 임무는 평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은 총성과 포연만으로 치러지지 않는다. 안전하지 않은 식품과 오염된 물, 통제되지 않은 감염병은 단 한 발의 총알 없이도 부대의 전투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 많은 군사전문가가 군수 분야를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방의무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전투를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많은 부대가 혹한기 훈련을 하고 있다. 야외활동이 잦은 군인들에게 감염병은 언제나 현실적인 위협이다. 신증후군출혈열과 같은 질병은 평시와 전시를 가리지 않고 장병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예방의무대의 임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 ‘사건’으로 발생하기 전 차단하는 데 있다. 감염병이 생긴 뒤 대응하는 게 아니라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우리의 본질적 역할이다.

부대원들은 질병 매개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분석하고, 채집과 검사를 거쳐 위험요소를 확인한다. 전장 상황에서도 동일 수준의 검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절차를 숙달하고 체계를 점검한다. 이 과정은 눈에 띄지 않지만, 그 결과는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가 맡은 역할이 분명하기에 묵묵히 임무를 이행한다.

여덟 살 딸에게 이 모든 것을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 줬다. “아빠는 군대에서 아픈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미리 지키는 일을 해.” 언젠가 딸이 자라 이 글을 다시 읽게 된다면 군인이라고 모두 총을 들고 싸우는 것만으로 나라를 지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얘기하고 싶다.

예방의무대의 임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노력이 모여 장병의 생명을 지키고 우리 군의 전투력을 보존한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전선에서 ‘강한 육군, 신뢰받는 육군’을 묵묵히 지켜 나가고 있다.

정창우 중령 육군2군수지원여단 2예방의무대
정창우 중령 육군2군수지원여단 2예방의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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