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기간은 흔히 사회와 단절된 ‘멈춤의 시간’으로 여겨진다. 육체적 훈련과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지적 성장은 잠시 뒤로 미뤄 둬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군대는 오히려 외부 소음에서 벗어나 자신의 사유를 다듬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된다. 특히 인공지능(AI)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우리 손안에 있는 지금, 군 생활은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가장 치열한 지적 훈련소로 바뀔 수 있다.
많은 이가 AI 시대에 인간의 사고가 게을러질 것을 우려한다. 클릭 몇 번으로 정답을 얻는 방식에 익숙해지면 주도적인 사유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러나 이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AI를 단순한 정보 자판기로 쓰는 대신 소크라테스의 ‘산파술(Maieutic method)’처럼 나의 사유를 끌어내고 확장하는 동반자로 삼으라는 것이다. 군복을 입고 있는 시간 동안 우리는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존재를 넘어 자신의 철학을 빚어내는 조각가가 돼야 한다.
지적 성장을 위한 첫걸음은 질문을 바꾸는 것이다. AI에게 군 생활 중 접하는 수많은 고민에 “정답을 알려 달라”고 요청하지 마라. 대신 탐구형 질문을 던져야 한다. 흔히 우리는 “훌륭한 장교가 되는 법을 알려 줘”와 같은 정답 요구형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리더십의 본질은 권위에서 나올까, 공감에서 나올까? 군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해 여러 관점을 제시해 줘”라고 묻는다면 답은 달라진다.
질문을 바꾸면 AI는 정답 대신 새로운 생각을 열어 준다. AI가 제시한 답변을 그대로 수용하는 건 지적 성장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산파술의 핵심은 끊임없이 캐묻는 데 있다. 답변에서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고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 주장의 전제는 무엇인가?” “반대로 생각한다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이러한 질문들은 답을 반박하려는 게 아니라 생각의 뼈대를 흔들어 보려는 시도다. 하나의 주제를 3가지 이상의 관점에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연습은 군 생활 중 기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이러한 과정은 지식 습득을 넘어 복잡한 상황에서도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길러 준다.
AI를 활용해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하는 연습을 해 보자. “군 생활의 사례를 내 전공에 비유해 설명해 줘”라거나 “복잡한 철학이론을 아이에게 설명하듯 비유로 풀어 줘”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개념이 현실과 맞닿는 순간, 비로소 그 지식은 내 것이 된다.
또한 대화 도중 발생하는 모순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앞선 답변과 지금의 논리가 충돌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지적할 때 AI는 답변을 재구성하며 우리는 더 정교한 논리 구조를 목격하게 된다. 모순을 깨뜨리고 더 나은 생각을 만드는 과정, 그것이 창의적 사유의 본질이자 군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적 유희다.
대화의 끝은 항상 요약과 정리여야 한다. “오늘 대화에서 깨달은 핵심은 이것이다”고 정의하며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 AI가 내 생각을 대신하게 두지 않고, 사유의 산파로 활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생각의 주인’이 된다. AI 시대의 진짜 지혜는 답을 얻는 속도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질문을 설계하고 생각을 확장하는 힘에서 나온다. 군 복무기간 이 ‘지적 산파술’을 체득한다면 평생을 갈 강력한 사유의 도구를 갖게 될 것이다. 군 생활은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니다. AI라는 최고의 사유 동료와 함께 지적 세계를 넓혀 가는 성장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질문하는 자에게 병영은 세상에서 가장 밀도 높은 대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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