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 인공지능전환(AX) 조직 (상)
조직 간 경계 허물어진 ‘크로스 포지션’
부서별로 수행하는 전문화된 역할 아닌
생성형 AI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두 진행
피라미드 아닌 ‘울트라 플랫’ 구조 진화도
‘보조 역할’ 사회초년생 성장 기회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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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일터 모습을 바꾸고 있다. 개발자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코드를 짜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동료나 개발자 커뮤니티에 도움을 구했지만 최근에는 AI로 웬만한 것을 해결한다. 이로 인해 개발 업무에서 AI는 필수도구가 됐지만 개발자 직군의 신규 일자리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개발 직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글로벌 보고서들에 따르면 전체 직무의 25~35% 정도는 AI로 업무를 일정 부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조직에서 AI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요건이 됐다. 전 세계에서 AI 기술로 어떻게 조직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조직의 화두였던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DX)’이 10년 이상 서서히 진행됐다면 AI시대로의 전환, 인공지능전환(AI Transformation·AX)은 비교가 안 될 만큼 빠른 속도로 조직의 당면 과제가 됐다.
중요한 것은 AX가 단순히 AI를 조직에 기술적으로 접목하는 방법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를 비롯해 급변하는 산업환경으로 인해 조직 구조와 문화, 인사관리, 개인에 요구되는 자질까지 파장을 낳는다.
『트렌드코리아 2026』은 AI 시대를 맞이하며 발생하는 조직 운영의 대전환을 ‘AX조직’이라는 키워드로 표현했다. 유연성과 자율성을 핵심적인 속성으로 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조직모델이다. 물론 조직의 운영은 각 조직의 역사·규모·과업 특성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해 결정되는 만큼 특정 조직모델을 정답이라 이야기할 수 없다. 다만 새로운 방향성을 참조해 각 조직과 조직 구성원인 개인에게 향후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힌트가 될 수 있다.
AX조직으로의 변화는 크게 조직 ‘구조’의 변화와 조직 ‘문화’의 변화, 두 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조직 ‘구조’의 변화부터 살펴보자.
AX조직의 첫 번째 특성은 조직 간 경계의 소멸, ‘크로스 포지션’이다. 기업 혹은 기관의 규모가 커질수록 업무 효율화를 위해 각 업무를 담당하는 하위 조직이 생겨난다. 생산·영업·마케팅 등 각 부서가 전문화된 포지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반면 급변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포지션을 무너뜨리는 것이 필요해졌다.
이는 마치 축구 경기에서 사용되는 ‘토탈 사커’ 전략에 비유할 수 있다. 수비수·공격수라는 본래 포지션과 상관없이 ‘상대의 득점은 막고 우리 팀의 득점은 올린다’는 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선수가 상황에 맞춰 수비와 공격 모두를 수행하는 전략이다.
뷰티 브랜드 ‘아누아’를 운영하는 더파운더즈의 ‘CEO Staff’팀은 경계의 소멸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CEO staff 포지션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데, 단순히 비서실 역할을 넘어 전사적 이슈에 대응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아누아의 경우 조직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면 CEO staff 팀이 전략 수립은 물론 운영·인재영입·마케팅까지 경계 없이 여러 업무를 소화한다. 구성원들이 필요에 따라 기존팀에 투입되기도 하고 새로운 팀을 꾸리기도 하는데 단순히 지원군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잠재적 리더로 역할한다.
최근 생성형 AI 도구가 크로스 포지션을 촉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하나의 홍보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기획·마케팅·디자인 등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감각 있는 실무자 한 명이 아이디어 생성부터 포스터 디자인과 제작까지 모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로 1인 기업이나 작은 브랜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AX조직의 두 번째 모습은 위계의 소멸, ‘울트라 플랫’이다. 기존의 조직은 최고 의사결정권자부터 중간관리자, 실무자, 보조 인력까지 위계에 따라 역할을 나눠 가진 피라미드 구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단순 ‘관리’라는 역할이 축소되고, 수직적 위계 구조가 납작해지는 것이 ‘울트라 플랫’이다.
울트라 플랫은 단순히 직급이 단순화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구성원의 역할 재편을 의미한다. 첫 번째는 의사결정권자가 실무를 겸하고 현장에 있는 실무자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확장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피라미드의 가운데에서 가교 역할을 했던 중간관리자가 기존의 역할은 AI로 효율화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의 역할을 찾는 것이다.
중국 가전기업 하이얼이 표방하는 ‘제로 디스턴스(zero distance)’ 조직이 울트라 플랫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제로 디스턴스란 기업과 최종 소비자 사이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제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회사를 4000여 개의 ‘마이크로 엔터프라이즈(ME, 초소형기업)’로 분할해 각 ME가 시장과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형태다.
이러한 변화 역시 AI가 가속화한다. 임원 한 명이 의사결정에 필요한 보고서 하나를 도출하기 위해 수많은 실무 인력이 뒷받침해야 했다면 이제는 임원이 직접 AI를 활용해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 현실화됐다. 이는 시간과 인적자원의 효율화는 물론 리더십의 변화로 이어진다. ‘실무형 팀장’ ‘실무형 임원’이라는 말이 등장하듯 실무 감각을 갖춘 리더가 구성원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의사결정의 전문성을 끌어올리고 소통은 수직적 명령 대신 수평적 협력에 가까워진다.
울트라 플랫 현상이 조직에 밝은 미래만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보조적 역할을 할 주니어 구성원을 줄이면서 주니어들이 성장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500대 기업의 임직원 연령대별 분포를 살펴보면 2024년 기준 이미 30세 미만보다 50세 이상 인력 비중이 높다고 한다.
신규 채용 감소는 현재로서는 효율적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는다. 커리어적으로 성장 경험을 쌓아야 하는 사회초년생 입장에서도 새로운 커리어 모델이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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