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은 성장보다 생존을 위해 경영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과거의 성공방식을 반복하는 조직은 빠르게 경쟁력을 상실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한국군도 마찬가지다.
경영혁신이란 조직이 환경 변화에 대응해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 전략, 구조, 프로세스, 인적 자원, 기술, 문화 등 경영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나 부분적 개선이 아니라 조직이 일하는 방식 자체(How the organization works)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이 ‘혁신은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는 새로운 능력을 만들어 내는 행위’이다. 경영혁신은 바로 그 능력을 조직 차원에서 구축하는 과정이다.
한국군의 경영혁신을 논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접근은 특정 리더가 특정 제도나 특정 영역만을 고쳐 혁신을 이루려는 발상이다. 경영학의 시스템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군 혁신이 불가능하다. 오늘날의 대규모 조직은 목표·가치, 구조, 기술, 사회·심리, 관리 하위 시스템이 서로 얽혀 작동하는 복합 시스템이어서다. 한 부분의 개선은 다른 부분의 저항을 불러오며 전체 정합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실제로 많은 조직이 혁신에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나 능력 부족이 아니다. 전략은 바뀌었지만 인사와 평가는 그대로이고, 기술은 도입됐지만 권한과 책임 구조는 과거에 머문다. 실험과 도전을 강조하면서도 실패의 책임은 개인에게 전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 구성원은 바꾸는 게 위험하고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학습을 하게 된다. 이는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만들어 낸 합리적 행동이다.
군도 예외가 아니다. 병력 감소, 미래전 양상의 변화, 임무의 복잡화, 첨단 기술 도입이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일부 제도 개선이나 특정 부대의 성공사례만으로 전체 군의 혁신을 기대하는 건 착시다. 군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단일 원인이 아니라 여러 하위 시스템 간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정 리더의 결단이나 특정 조직의 노력에만 의존하는 혁신은 지속될 수 없다.
시스템 관점에서의 군 경영혁신은 ‘무엇을 바꿀 것인가’보다 ‘무엇이 함께 바뀌어야 하는가’를 묻는다. 작전개념이 바뀐다면 교육과 인사체계가 같이 변해야 하고, 유·무인 복합 전력을 도입한다면 지휘·통제와 책임 구조 또한 재설계돼야 한다. 하나만 바뀌는 혁신은 반드시 되돌아가며, 지속 가능한 혁신은 항상 ‘동시적 변화’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리더의 역할도 분명해진다. 오늘날 군 리더십은 개인의 능력으로 조직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조직 전체가 스스로 학습하고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역할이다. 특정인이 혁신의 주체가 되는 순간, 그 혁신은 개인의 이동과 함께 사라지지만 시스템으로 내재화된 혁신은 사람이 바뀌어도 유지된다.
한국군의 경영혁신 핵심은 사람을 바꾸는 데 있지 않다. 사람에게 더 헌신하거나 더 노력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해답이 아니다. 진정한 혁신은 특정 개인의 의지에 의존하지 않아도 조직이 달리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다.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기차가 되지 않듯이 특정 제도나 일부 영역의 개선만으론 조직의 질적 도약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군의 경영혁신은 이제 부분 개선을 넘어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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