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K팝 정상 누가 먼저 깃발 꽂을까

입력 2026. 01. 19   15:58
업데이트 2026. 01. 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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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를 만나다 >> 지금 주목할 만한 연말·연초 발매작 


지난해 이어 빌보드 차트 새 기록 기대되는 ‘스트레이 키즈’
박재범의 손길 닿은 신인 ‘롱샷’·독보적 세계관 ‘엔하이픈’
첫 정규 ‘츄’·화제의 멤버 애니 빠진 ‘올데이 프로젝트’…
앨범 발매 불리한 시기임에도 확실한 전략·완성도로 공략

연말·연초는 연말 결산과 새해 예측으로 인해 작품을 발매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확실한 전략과 완성도를 갖춘 작품은 다사다난한 한 해에 처음으로 깃발을 꽂는 영예를 누릴 수 있다. 새해도 보름이 훌쩍 지난 지금, 2025년 11월 말부터 2026년 1월 K팝 발매작 중 주목할 작품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현재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나날이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는 ‘두 잇(DO IT)’으로 8연속 빌보드 200 차트 정상에 오르며 높은 글로벌 화제성과 미국 시장의 충성스러운 팬덤을 증명했다. 잘 짜인 K팝 블록버스터를 지향하는 이들의 음악은 갈수록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이번 앨범만큼은 레게톤 장르를 조화롭게 융합한 ‘두 잇’과 붐뱁 비트 위 ‘소리꾼’을 연상케 하는 국악기 활용이 빛나는 ‘신선놀음’ 등 꽤 완성도를 갖췄다. 11월 24일 싱어송라이터 유라의 도움을 받아 엉뚱한 공상을 펼친 아일릿의 ‘낫 큐트 애니모어(NOT CUTE ANYMORE)’도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일차원적인 전략처럼 보이나 이를 구성하는 전략의 층위는 절대 얇지 않다.

‘페이머스(Famous)’ 한 곡으로 2025년의 신인으로 거듭난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는 그룹의 연속성을 증명하기 위해 첫 번째 미니앨범을 발표했다. 선공개 싱글 ‘원 모어 타임(ONE MORE TIME)’과 저지클럽 비트 위 동요 멜로디를 가져온 ‘룩 앳 미(LOOK AT ME)’가 최근 더블랙레이블의 절제된 아이돌 프로듀싱과 그룹 자체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반면 앨범에 수록된 유닛과 솔로곡의 평가는 엇갈린다. 그룹 구성 및 특정 멤버의 높은 화제성을 음악으로 고스란히 옮겼던 데뷔에 비해 음악과 퍼포먼스 자체로 대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화제성은 스쳐 가고 오래 남는 것은 음악이다. 애니 없는 4인조 올데이 프로젝트가 지난해만큼 주목받을 수 있을까.

걸그룹 이달의 소녀에서 솔로가수로 착실히 경력을 쌓고 있는 츄는 첫 번째 정규앨범 ‘엑소, 마이 사이버러브(XO, My Cyberlove)’를 발표했다.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와 반대로 음악은 사랑의 입체적 면모를 탐구하는 진지한 면모가 두드러졌던 만큼 이번 앨범도 독특한 상상과 진지한 태도의 팝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2013년 영화 ‘그녀’가 더는 낯설지 않은 2026년 인공지능(AI)과 인간의 미묘한 관계를 사랑으로 치환한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부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리몬첼로(Limoncello)’ ‘티니 타이니 하트(Teeny Tiny Heart)’, 흥미로운 하이퍼팝 사운드로 수미상관을 이루는 ‘첫눈이 오면 그때 거기서 만나’까지 흥미로운 곡이 많다. 아르테미스, 루셈블, 이브 등 그룹 활동 이후에도 인상적인 창작을 이어 가는 이달의 소녀 멤버들이다.

새해를 여는 신인 그룹 중 흥미로운 음악은 지난해 말 ‘소신(Saucin)’으로 데뷔한 박재범의 기획사 모어비전 소속 ‘롱샷’의 데뷔 EP ‘샷 콜러스(SHOT CALLERS)’다. 2025년 빅히트뮤직이 선보인 코르티스처럼 힙합 기반의 창작 아이돌을 지향하는 롱샷은 유려한 트랩 위 싱잉 랩과 보컬을 교차하는 ‘문워킨(Moonwalkin)’, 클래식한 R&B 곡 ‘페이스타임(Face Time)’, 얼트 팝 ‘네버 렛 고(Never Let Go)’ 등 특정 장르에 머무르기보다 블랙뮤직을 배경으로 자유로운 창작을 지향한다. 독특하게도 이들은 데뷔 EP 발매 이전 유튜브에 첫 번째 믹스테이프를 발표하며 이를 앨범 발매 3일 후 정식 음원으로 출시했다. 프리마 비스타, 기린, 슬로, 아이오아, 듀티 등 박재범과 한국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알린 창작가들의 지지를 받는 롱샷은 멀게는 빅뱅부터 가깝게는 일본 걸그룹 XG와 같은 길이 펼쳐져 있다.

빌리프랩 소속 보이그룹 엔하이픈의 일곱 번째 미니앨범 ‘더 신: 배니시(THE SIN: VANISH)’가 귀에 들어온다.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I-LAND)’를 통해 결성된 팀은 2020년 데뷔부터 지금까지 뱀파이어라는 콘셉트 아래 인간세계와의 공존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그 와중에 발견한 운명의 상대를 향한 충성이라는 주제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K팝 세계관에 회의적 시선이 등장하고 ‘이지 리스닝’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로 간결한 구조의 팝 장르가 종용되는 가운데서도 엔하이픈은 꿋꿋이 오리지널 IP ‘다크 문’과 함께 뱀파이어의 고혹적인 매력을 현대적인 힙합과 록, R&B로 고집했다.

‘더 신: 배니시’는 그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작품이다. 총 6곡 가운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내레이션 스킷(SKIT)을 삽입해 가상의 언론매체 ‘뱀파이어 나우’로 앨범 속 주인공들의 도피행각을 보도하는 형식을 택했다. 오디오북, 최신 플레이리스트, 혹은 21세기 초 힙합앨범을 연상케 하는 설정을 바탕으로 트렌디한 곡이 매끄럽게 연결돼 있다. 내레이션에는 배우 박정민이 참여했으며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와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So!YoON!)이 작사와 가창으로 이름을 올렸다. 고고한 뱀파이어 성에 들어서기까지의 진입장벽은 높지만, 거부감 없이 들어섰다면 설득력 있는 유혹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K팝에서 앨범이 어떤 매체로 기능하는지 그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밴드 씨엔블루가 2015년 이후 11년 만에 내놓은 세 번째 정규앨범 ‘스릴로지(3LOGY)’와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을 거쳐 데뷔한 프로젝트그룹 알파 드라이브 원, 걸그룹 캣츠아이의 ‘인터넷 걸(Internet Girl)’이 한 해를 시작하는 가운데 함께한 음악이다. 이후에는 프루티거 에어로 콘셉트 티저로 주목받는 키키와 지난해 일본 싱글로 활동했던 아이들, 힙합 아이돌을 표방하는 영파씨 등 걸그룹 진영부터 여덟 번째 정규앨범으로 성대한 컴백을 선언한 엑소 등의 활동이 예고돼 있다. 블랙핑크의 ‘데드라인(DEADLINE)’과 방탄소년단의 ‘아리랑’이라는 거대 그룹의 거대한 컴백 소식도 전해졌다. 2026년의 K팝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미디어와 알고리즘을 장악할 폭풍 앞에 잠시 숨을 고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사진=각 소속사

가수 츄.
가수 츄.

 

신인 그룹 ‘롱샷’.
신인 그룹 ‘롱샷’.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

 

보이그룹 ‘엔하이픈’.
보이그룹 ‘엔하이픈’.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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