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 시대 눈앞…시선을 분산하라

입력 2026. 01. 19   16:44
업데이트 2026. 01. 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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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경제이슈 - 반도체가 끌고 온 불장 

삼전·하이닉스 투톱 상승랠리 주도
시가총액·순이익 사실상 시장 좌우
대차거래 잔액도 최고치 ‘경계 신호’
신중론 제기 속 리레이팅 기대 여전
‘쏠림 대비’ 포트폴리오 분산 조언도
방산·조선 외 소외 업종에도 관심을…

1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3.92포인트(1.32%) 오른 4904.66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3.92포인트(1.32%) 오른 4904.66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연초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코스피는 반도체 대형주 강세에 힘입어 4800선을 넘어 ‘오천피(코스피 5000)’ 시대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장세를 두고 단기간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과 쏠림 현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함께 강조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상승 랠리의 주역은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입니다. 이들 종목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세 심화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며 이달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14만 원대를 넘어섰으며, SK하이닉스도 지난 8일 78만 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이달 말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6조 원으로 전년 대비 98.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메모리 업황 회복이 실적으로 확인되자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투톱’의 목표주가 상향이 잇따랐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맥쿼리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4만 원, SK하이닉스는 112만 원을 제시하며 메모리 공급 부족 국면이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코스피도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두 종목이 사실상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가운데 반도체 업종 비중은 37.5%에 달하며, 12개월 선행 기준 순이익 비중은 49.5%로 절반에 육박합니다. 시가총액과 이익 양 측면에서 반도체가 시장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경계 신호도 함께 포착되고 있습니다. 증시 활황과 함께 차익 실현 수요가 누적되면서 공매도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거래 잔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차거래 잔액은 지난 9일 이후 121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리는 것으로, 공매도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 매도 물량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차거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흐름을 두고 변동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상승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확산되는 시기에 추격 매수하는 움직임은 경계해야 할 부분으로 꼽힙니다. 상승 속도가 빨라질수록 조정 가능성 역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실적 개선이 지수 상승을 정당화하고는 있지만, 특정 업종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점은 동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시장 비중이 큰 종목에서 변동성이 발생할 경우 지수 전반의 흔들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이 코스피 눈높이를 잇따라 높이고 있는 배경에는 밸류에이션 재평가(리레이팅) 기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SK증권은 올해 코스피 밴드 상단을 기존 4800포인트에서 525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와 국방비 증액 등 글로벌 정부 지출이 특정 산업으로 쏠리면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상향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이 같은 전망 역시 단기적인 조정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SK증권은 실적 시즌을 전후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숨 고르기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미 실적 성장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만큼 지수 추가 상승 과정에서는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반도체 랠리 속에서 쏠림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시장에서 조선과 기계 업종이 2024년 이후 시가총액과 이익 비중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견조한 실적이 기대되는 방산과 조선 업종도 반도체와 동행하거나 대안이 될 수 있는 업종으로 꼽힙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3개월간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다수 업종이 코스피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방산과 조선 업종의 이익 추정치 상향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방산 업종은 지정학적 변수가 우호적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도 국방 예산을 1조5000억 달러 규모로 50% 증액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방위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도 개선됐습니다.

국내 정책 환경도 긍정적입니다. 정부는 반도체와 함께 방위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지난 9일 내놓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도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했습니다. 여기에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자금 가운데 약 3조6000억 원이 항공우주·방산 분야에 투입될 예정으로 중장기 성장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저평가된 업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보통주 대비 상승폭이 제한됐던 우선주의 저평가 매력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속적인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최근 급등주의 쏠림 현상 되돌림이 출현할 수 있다”며 “기존 주도주인 반도체의 분할 매수를 재시작하거나 호텔, 레저, 화장품, 유통 등 연초 이후 소외 업종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반도체 랠리는 한국 증시의 체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흐름이면서 동시에 쏠림과 변동성이라는 숙제도 함께 안고 있습니다. 단기 급등 이후의 변동성을 염두에 두고, 이익 개선이 동반되는 업종으로 시선을 분산하는 전략이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오천피’를 눈앞에 둔 지금, 불장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최아영 매경AX 기자
최아영 매경AX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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