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첨화 혹은 사족

입력 2026. 01. 16   16:58
업데이트 2026. 01. 1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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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첨화(錦上添花)는 비단 위에 꽃을 더한다는 뜻으로, 좋은 일에 더 좋은 일이 겹치는 상황을 말한다. 반대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 있다. 내린 눈 위에 서리가 또 내렸다는 뜻으로, 불행이 겹치는 상황을 말한다. 금상첨화는 좋은 말이다. 그런데 금상에 어울리지 않는 첨화도 많다. 주변을 불러보면 괜히 불필요한 노력을 더하는 바람에 오히려 일을 망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민물장어 요리는 고급 요리다. 민물장어 자체가 귀한 식재료다. 소금구이로 하든, 간장구이로 하든 다 맛있다. 가끔 완성된 민물장어 요리에 참깨를 뿌려주는 식당이 있다. 참깨 역시 귀한 식재료다. 휘발성이 강한 향기는 식욕을 자극한다. 한국 사람들은 나물을 잘 먹는데, 슴슴하게 무친 나물 위에 볶은 참깨를 뿌려 그 맛을 상승시켜주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참깨가 좋은 첨화가 될 수가 있다.

이 효과를 그대로 민물장어 요리에까지 적용하려 한다. 민물장어에 깨를 뿌리면 기왕 만든 좋은 음식을 되레 맛없는 음식으로 만드는 쓸모없는 노력이 된다. 이를 사족(蛇足)이라고 한다. 사족은 뱀의 발을 그린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걸 덧붙이는 바람에 일을 망치는 경우를 말한다. 금상까지는 잘 갔는데 첨화를 하는 바람에 낭패를 보는 경우는, 민물장어 요리 말고도 많다.

완성을 향해 일이나 표현을 더하는 것이 금상첨화가 될지, 사족이 될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 이런 사태는 화가들의 그림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그림의 마지막에 점 하나를 더해 마치 그림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걸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한다. 화룡점정은 용 그림의 흰자위에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는 일을 말한다. 화룡점정을 하니 그림 속의 용이 살아나서 그림 바깥으로 날아가 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전설과는 달리 화가의 마지막 터치가 화룡점정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마지막에 불필요한 붓질을 하는 바람에 지저분해지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작가의 사인도 마찬가지다. 그림은 잘 그렸는데 과도한 사인을 넣어 그림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추상화의 경우 사인이 작품감상에 방해를 줄 때가 많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인 김창열, 박서보 등은 사인을 아예 캔버스 옆면 혹은 뒷면에 했다. 이우환은 캔버스의 앞면 우측 하단에 사인을 하긴 하는데 희미한 색채에다 작은 크기여서 감상을 전혀 방해하지 않는다. 사인이 보이긴 하는데 민물장어 덮밥에 살짝 뿌린 조핏가루처럼 그림의 맛을 더할 뿐이다. 이들의 그림에는 불필요한 사족이 없다.

기량이 떨어지는 화가일수록 사족이 많다. 공감대도 없는 자신의 과잉된 감정이나 사연을 화면에 여과 없이 노출하는가 하면 “나는 이것도 할 수 있어”라고 하듯 실력의 과시를 절제 없이 펼치는 그림도 꽤 있다. 수다쟁이 혹은 자랑쟁이가 상대방의 말은 안 듣고 자신의 말만 계속할 때 전달되는 피로감 같은 것이 그림에서 느껴진다.

어떤 그림은 설명하듯 지나치게 친절한 그림도 있다. 어려운 추상화니까 관객에게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화면 여기저기에 작품을 설명하는 보조장치를 그려 놓았다. 이런 경우도 관객을 무시하는 불필요한 친절의 사족이다. 좋은 그림은 처음부터 설명이 필요 없지만, 설사 그림의 이해가 어렵다고 할지라도 화가가 관객을 가르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말 한마디, 동작 하나가 금상첨화가 될지, 사족이 될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그걸 분별할 줄 아는 게 교양이다.

황인 미술평론가
황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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