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졸업 후 의료인공지능 연구자와 외과 전문의를 꿈꾸던 나는 군 복무를 앞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흐려지지 않을지, 빠르게 발전하는 학계에서 뒤처지진 않을지 걱정이 컸다. 하지만 군 생활을 하며 분명히 알게 됐다. 군 복무는 멈춤이 아니라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성장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육군72보병사단 의무대에 전입해 왔을 때, 훈련과 업무로 바쁜 일상에서 의학 연구를 계속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개인정비 시간과 연등 시간을 활용해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논문을 읽고 자료를 정리하며 연구를 이어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혼자서 한계를 느끼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전우들과 연구팀을 만들었다. 서로 소속 부대는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군 복무 중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연구팀에서 교신저자로서 연구 방향을 정리하고, 일정과 원고를 조율했다. 주말마다 온라인 회의를 하고 회의록을 정리하며, 각자의 역할을 나누었다. 모두 현역병이었기에 서로의 상황을 이해했고, 그만큼 책임감도 컸다. 그 결과 국제학술지 ‘Gastroenterology Insights’에 리뷰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고, 미국암학회(AACR)에 3편의 초록을 투고하는 성과도 거뒀다.
개인적으로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간문부 담관암에서 간 절제술 후 간부전 예측인자에 관한 연구를 SCI급 국제학술지 ‘Diagnostics’에 1저자로 게재했다. 뇌사자 간이식의 사회경제적 형평성에 관한 연구에 참여해 세계 3대 암학회로 알려진 ‘ASCO·ESMO’에 4편의 초록이 채택됐다. 또한 작게나마 군 의료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군진의학·국제군진외상학술대회에 초록을 발표했다. 군인의 임무수행 능력의 바탕이 되는 체력 또한 소홀히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배 나온 비만 훈련병으로 입대한 당시 체력검정에서 전 종목 불합격을 받았지만 전투체육 시간을 활용해 꾸준히 훈련한 끝에 일병 때 특급전사를 달성했다.
의무대에서의 생활은 시간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입대 전 걱정과 달리 군의 규율과 질서는 학문적 성취와 충돌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줬다. 의무대장님께서는 “개인 시간을 활용한 자기계발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그 과정이 부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이끄는 모범사례”라며 “우리 부대의 자부심”이라고 평가해 주셨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됐다. 군 복무는 커리어의 단절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미래를 결정하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이 이야기가 특별한 사례로 남기보다는 더 많은 장병에게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되기를 바란다.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