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 유혈진압에 美 대응 수위 핵심 변수

입력 2026. 01. 16   15:45
업데이트 2026. 01. 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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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돋보기: 2026년 글로벌 주요 지역 안보정세 전망 -② 중동 

이란 정부가 전국적으로 확대된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중동 정세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에 따른 경제난으로 촉발됐다. 

특히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상인들이 화폐가치 폭락과 물가 폭등을 이유로 이번 시위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를 외세가 관여한 안보위협 행위로 규정했으며,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전면 차단한 가운데 대대적인 유혈진압으로 대응했다.

 이란 정부의 강경 대응은 외부적 갈등에 따른 압박감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12일 전쟁’을 치르면서 체제 취약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3년 10월의 가자지구 전쟁에 따른 이스라엘의 대대적 군사작전으로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반군 등 역내 시아파 벨트 연대가 약해지면서 체제에 대한 이란 국민의 신뢰도 하락을 초래했다.

미국은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할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러한 경고에 이어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작전을 전격 단행하면서 이란을 상대로도 군사행동을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란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불법 침공을 중단시켜 달라고 유엔에 촉구했으나 미국이 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한 군사개입을 감행할 경우 중동 내 미군 기지를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러한 양국의 충돌 구도는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을 추동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지난 15일 이란 테헤란 사데히광장에 반정부 시위 당시 불탄 버스의 잔해가 남아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5일 이란 테헤란 사데히광장에 반정부 시위 당시 불탄 버스의 잔해가 남아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군사행동 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이란은 미국의 위협이 없다면 핵 협상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지 않을 용의가 있으니 군사적 압박을 포기하고 경제 제재를 완화해 달라는 메시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미국 역시 외교적 해결책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군사행동이 외세 개입 논란을 초래하면서 이란 시위대의 자생적 명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확전을 우려하는 역내 국가들의 만류도 부담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을 제안해 왔다면서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반정부 시위의 향후 국면에 따라 양국의 대화·협상 국면이 전격 전개될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6월 미국의 대대적 핵시설 공습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상당 수준 무력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러한 최대압박 행보는 이란의 역내 팽창주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제재 압박의 지속 필요성을 강조해 온 걸프 왕정국가들의 안보 우려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들 다수는 미국과의 무기 거래 및 방산 협력을 뒷받침할 재정 능력을 보유했다. 따라서 미국은 이들 국가와의 관계 재활성화를 통한 역내 영향력 구축에 주력할 것이다.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은 대표적 사례다. 특히 미국은 이스라엘과 역내 아랍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에 사우디의 참여를 촉구해 왔다. 하지만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허용을 전제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협정 확대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협정 당사국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걸프 왕정국가를 대표하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개입해 온 예멘 내전 양상도 주목되는 점이다. 내전이 국제화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와 남부 분리주의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를 지원하는 UAE의 경쟁 구도가 전개됐기 때문이다.

내전을 겪고 있는 예멘에서 정부군이 지난 8일 아덴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내전을 겪고 있는 예멘에서 정부군이 지난 8일 아덴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러한 배경에서 STC가 예멘과 사우디의 접경 지역으로 활동 반경을 확장하자 사우디는 STC의 거점을 공습했다. 미국이 역내 핵심 안보 파트너인 두 국가의 자제를 촉구한 가운데 UAE는 예멘 주둔 병력을 모두 철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우디와의 정면충돌을 피했다. STC 역시 사우디 접경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한 가운데 내부 분열에 따른 와해 위기에 직면하면서 반 후티 반군의 연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리아의 행보도 중동 정세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아사드 정권의 독재 철권통치가 막을 내리면서 지난해 3월 시리아 신정부가 출범하자 그 모태인 레반트해방기구(HTS)의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에 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국가 통합 기치에 따라 포용성과 안정성에 방점을 둔 인물들로 신정부가 구성되면서 이러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2012년 단교한 시리아와 미국의 관계 정상화 행보도 주목받았다. 2025년 5월의 중동 순방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미국이 부과한 제재를 전면 해제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정부가 테러리스트로 지정한 바 있는 시리아 대통령과 전격 회동하는 파격적 상황을 연출하면서 양국 관계 정상화의 의지를 보여줬다. 나아가 같은 해 11월의 백악관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온 시리아가 서방과의 협력 행보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 이벤트로 해석됐다.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 보장을 명분으로 시리아 반군의 내전 승리 직후 골란고원의 점령지를 넘어 시리아 영토 내 비무장 완충지대까지 진입했다. 이에 시리아 신정부는 안보협정 체결을 통해 시리아 영토·영공 보전이 존중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내 모든 점령지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일부 지역에서만 철수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협정 체결 논의가 교착 국면에 빠졌다. 양국이 미국의 중재로 올해 1월 초 안보협정 논의를 재개하면서 합의 도출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 종결은 중동 평화의 관건이다. 그 토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미국, 이집트, 카타르, 튀르키예 등 4개국이 중재한 가자지구 평화 구상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2025년 10월 8일부로 이 구상의 1단계에 전격 합의했다. 하마스 측에서는 억류한 이스라엘 생존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 주둔 이스라엘군을 합의된 지점까지 철수시키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내용이다.

미국은 합의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중부사령부(CENTCOM) 병력 20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평화선언에 서명하면서 중동에 평화가 왔다고 선언했다.

평화구상 1단계 내용이 대체로 순조롭게 이행되면서 1단계 합의에 따른 양측의 휴전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팔레스타인 정부 수립을 골격으로 하는 평화구상의 2단계 이행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도전 요인으로 부상했다. 평화구상에서 적시한 하마스의 무장해제 및 가자지구 통치 참여 여부와 관련한 합의 도출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새로운 국경선 설정과 관련한 이견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자지구 전쟁의 종결 과정이 험난할 것임을 시사하는 점이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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