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고민 듬뿍 담는 식판의 변화 시작된다

입력 2026. 01. 15   17:11
업데이트 2026. 01. 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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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3훈련비행단, 간부식당 첫 민간위탁 현장을 가다

병사식당 이어 간부식당까지 확대…복지·권익 개선 
개인 선호 따라 밥·반찬·후식 선택 만족도 높아
인력 채용·관리 등 행정적 부담 줄어 주임무 집중
업체 자체 정기 위생점검…부대 주관 불시점검도

 

“잘 먹어야 잘 싸운다.” 군 급식의 대명제는 병사뿐만 아니라 간부에게도 유효하다. 최근 우리 군이 병사식당의 민간위탁을 적극 확대하며 급식의 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간부식당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공군3훈련비행단(3훈비)이 있다. 3훈비는 공군 최초로 간부식당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며 ‘간부 처우 개선’과 ‘전투력 발휘여건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맛있는 변화가 일어난 3훈비 간부식당을 취재했다. 글=임채무/사진=조종원 기자

 

민간위탁으로 전환된 공군3훈련비행단(3훈비) 간부식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본푸드서비스 직원들.
민간위탁으로 전환된 공군3훈련비행단(3훈비) 간부식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본푸드서비스 직원들.

 


동료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통공간으로 변신

“와, 오늘 일품 메뉴 옛날떡볶이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났는데, 부대햄김치찌개를 먹어야겠다.”

14일 3훈비 간부식당 입구. 점심시간이 되자 간부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계급도, 나이도, 성별도 제각기 달랐지만 이들에게선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식당 입구에 진열된 ‘오늘의 메뉴’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어떤 음식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메뉴는 집밥 코너에 부대햄김치찌개·새우가스·매콤어묵볶음이, 일품 코너에 김밥볶음밥·우동장국·옛날떡볶이가 제공됐다. 여기에 더해 후식 코너에는 그린샐러드와 현미밥, 레모네이드가 마련됐다. 어떤 메뉴를 먹을지 사뭇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는 간부들의 모습에서 흡사 맛집 골목의 풍경이 떠올랐다.

손수영 대위(진)는 “예전에 식당에 들어설 때는 별다른 기대감이 없었는데, 이젠 입구 샘플을 보며 ‘무엇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사랑 중위는 “식당이 단순한 배식장소가 아니라 동료들과 메뉴를 고르며 대화꽃을 피우는 활기찬 소통공간으로 변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3훈비 학생조종사들이 즐겁게 점심을 먹고 있다.
3훈비 학생조종사들이 즐겁게 점심을 먹고 있다.

 

취향 따라 식판에 담은 음식을 들어 보이고 있는 3훈비 간부들.
취향 따라 식판에 담은 음식을 들어 보이고 있는 3훈비 간부들.



도시락 제공하는 ‘테이크아웃 코너’ 신설 예정


메뉴에 따라 2개의 코너를 운영하면서 배식대도 2곳으로 나눴다. 기존에는 단일 메뉴여서 같은 배식대를 사용했지만 먹고 싶은 메뉴에 따라 음식을 담는 곳이 달라졌다. 

배식대를 지나는 식판은 저마다의 개성을 담고 있었다. 비교적 높은 연령대의 간부들은 얼큰한 찌개와 바삭한 새우가스를, 젊은 간부들은 김밥볶음밥과 옛날떡볶이를 식판에 채웠다. 두 배식대에 줄을 선 간부 수는 엇비슷해 보였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부대햄김치찌개가 있는 집밥 코너가 더 인기를 끌었다.

집밥 코너를 선택한 장영주 대위는 “평소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선호한다”며 “과거에는 단일 메뉴라 선택권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날의 기분이나 취향에 따라 메뉴를 고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반면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한 간부는 “체중 조절을 위해 백미 대신 플러스 코너에서 현미밥과 그린샐러드를 듬뿍 담았다”고 답했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밥과 반찬, 후식까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선택권’은 간부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변화였다. 또한 업체의 시설투자로 보온배식대가 도입되면서 마지막으로 식사하는 간부까지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오는 2월부터는 바쁜 간부들을 위해 샐러드 도시락, 햄버거 등을 제공하는 ‘테이크아웃 코너’도 신설될 예정이어서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질 예정이다.

 

 

3훈비 간부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식판에 담고 있다.
3훈비 간부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식판에 담고 있다.

 

오늘의 메뉴를 보며 뭘 먹을지 고민 중인 3훈비 학생조종사들.
오늘의 메뉴를 보며 뭘 먹을지 고민 중인 3훈비 학생조종사들.



군인 특성 고려 단백질 비중 늘린 3000㎉ 식단 구성

2021년 병사식당이 민간위탁으로 전환되면서 급식의 질이 눈에 띄게 향상됐지만, 간부식당까지는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 이에 공군본부 차원에서 간부의 권익과 복지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간부들이 식사 준비나 인력 운용 대신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민간위탁 급식 확대지침에 따라 간부식당을 포함시켰다. 3훈비는 이를 선도적으로 받아들여 공군 최초 시행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간부식당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있었다. 기존 조리원들의 고용 문제도 그중 하나였다. 3훈비는 사업 추진 단계부터 이들의 고용불안 해소를 최우선과제로 삼았다.

사업 실무를 담당한 김창진 상사는 “조리원들은 정년이 보장된 공무직 신분이었으나 대부분 정년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며 “업체와 협상 끝에 기존 복지 수준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고용승계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업체는 병사들의 입맛을 잘 아는 숙련된 인력을 확보해 초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고, 조리원들은 정년이 없는 민간업체 특성상 건강과 의지만 있다면 기존보다 더 오래 일할 기회를 얻었다.

운영 안정성과 위생관리도 큰 과제였다. 이에 3훈비는 업체를 선정할 때 명확한 기준을 세운 뒤 입찰조건에 반영하고, 계약서에도 이를 명시했다. 예를 들어 군 특성상 위생사고는 전투력 발휘에 치명적이란 점을 고려해 업체 자체 정기 위생점검 결과 확인은 물론 부대 주관 불시·수시점검을 명문화했다.

위탁운영을 맡은 본푸드서비스 허정현 운영팀장은 “직원 모두가 군에서 식중독 등 위생사고는 곧 전투력 손실과 직결됨을 잘 알고 있다”며 “식자재 입고부터 배식까지 영양사가 전수점검하고, 식자재별 칼·도마 구분과 탐침 온도계·염도계 활용 등 일반 급식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활동량이 많은 군인 특성을 고려해 일반 성인 권장량(2500㎉)보다 높은 3000㎉ 수준으로 식단을 맞추고 단백질 비중을 늘린 식단을 구성하고 있다”며 “분기 1회 유명 외식업체와 협업하는 브랜드데이나 월 1회 이벤트데이를 추진해 맛에 재미를 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매월 운영위원회·정기 만족도 조사 선순환구조 확립 

사업을 총괄한 송현우(중령) 작전지원과장은 이번 전환의 핵심을 ‘전투력 보존’과 ‘효율성 제고’로 꼽았다. 송 과장은 “그동안 병사 급식은 획기적으로 발전했지만, 간부 급식은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어 처우 개선이 시급했다”며 “특히 부대가 직접 인력을 채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독립채산’ 방식의 행정적 부담을 덜어 냄으로써 본연의 주임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전환과정에서 운영 안정성을 가장 오래 고민했고, 이용자 만족을 동시에 놓치지 않으려 했다”며 “식재료비 비율을 70.8% 이상으로 명시해 급식 질을 담보하고, 매월 운영위원회와 정기 만족도 조사를 해 간부들의 목소리가 즉각 반영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송 과장은 다른 부대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계약서에 답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유사시에도 급식이 중단되지 않는 ‘안정성’ 확보 △맛뿐만 아니라 동선과 선택권까지 고려한 ‘이용자 편의’ 설계 △기존 인력의 ‘고용승계’ 명문화 △정기적 피드백 장치 마련 등을 성공적인 민간위탁의 필수조건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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