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사관학교 창설 80주년 성과와 비전
정예 장교 양성 넘어 ‘미래전’ 대비 교육 혁신
AI 기반 지휘결심 지원체계·로봇 전투체계 등
교과과정 재설계하며 장교 역량 강화 구슬땀
‘미래형 국방리더’ 정예 호국간성 양성에 최선
해군사관학교(해사)가 17일 개교 80주년을 맞는다. 해사는 1946년 1월 17일 3군(軍) 사관학교 중 최초로 설립돼 대한민국 해양주권을 책임질 장교를 길러내는 요람 역할을 해왔다. 오늘의 해사를 설명하는 핵심은 과거의 역사보다 현재 진행 중인 변화에 있다. 급변하는 안보환경과 전쟁 양상,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 속에서 해사는 정예장교를 양성하는 기준과 방식을 근본부터 재정비하고 있다. 조수연 기자/사진=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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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을 설계하는 교육 혁신
해사가 그리는 ‘미래형 국방리더’는 전장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기술의 군사적 의미를 분석하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기준으로 결단할 수 있는 자다.
개교 80주년을 맞은 해사는 정예 호국간성을 길러온 기존 틀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전을 기준으로 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전면 재설계하고 있다.
해사 교육의 출발점은 여전히 ‘충(忠)’과 ‘무(武)’다. 해사는 민주주의 국가의 군인에게 요구되는 책임윤리의 기준을 재정립하고 있다. 충성의 대상은 헌법과 국가·국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힘의 과시가 아닌 절제·책임·통제의 문제로 인식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또한, 해사는 그저 임관 자격을 부여한다는 의미를 넘어 ‘전장을 읽는 리더’를 만들기 위한 장교 양성 시스템을 정립하고 있다. 지식·기술·체력 등 외형적 능력 확보는 기본이다. 군 정체성·책임의식·리더십과 팔로어십 같은 내적 기준을 성숙시키는 ‘육성’의 과정으로 교육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신뢰와 권한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를 교육 단계에서부터 고민토록 한 변화다.
이 같은 방향성은 헌법 가치 수호와 민주시민 교육 강화로 구체화되고 있다. 해사는 ‘헌법과 민주시민’ 과목을 국방부 통제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2026년부터 신입학 사관생도 전원이 이수하도록 할 예정이다. 군인의 정치적 중립, 민주적 통제, 부당한 명령에 대한 제도적 판단 역량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강한 군대이면서 동시에 민주적 통제를 내면화한 군인을 길러내겠다는 메시지다.
교육체계를 근본부터 바꾼다
해사 변화의 핵심에는 미래전 대비 교육혁신이 있다. 해사는 전쟁 양상과 사회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교과과정 전반을 재설계하고, 장교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더는 과거의 전투 양상만을 기준으로 장교를 교육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다.
기초소양-전공기초-전공심화로 이어지는 단계별 역량 강화 체계를 구축해 장교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부터 작전 이해 능력, 기술 판단 역량까지 체계적으로 축적하도록 했다. 특히 첨단과학기술이 주도하는 미래 전장을 교육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지휘결심 지원체계, 드론과 무인수상·수중체계, 로봇 전투체계, 우주항공위성 등은 더 이상 일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해사는 이런 기술이 전술과 작전, 나아가 지휘결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지휘관을 양성하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미래전 특화 교과목을 신설·보완했다. 또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사고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교육 내용을 설계하고 있다. 기술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기술 환경 속에서 결단할 수 있는 장교를 키우겠다는 명확한 방향성이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교과과정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민간의 첨단 연구 성과와 군사적 요구를 교육 현장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급변하는 전장 환경을 교실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다.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교수진 강화 역시 중요한 축이다. 해사는 우수 군무원 교수 채용 확대를 위해 국내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을 직접 찾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연구·교육 여건 개선, 관사 제공 확대, 학술연구 출장과 국외연수 지원 등 실질적인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연구 성과가 교육으로 환원되는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도 추진한다. 예비장교 교육기관을 넘어 ‘연구 기반 고등교육기관’으로 발전시켜 교육의 개방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해사가 추진하는 스마트캠퍼스 구축 역시 이러한 교육 혁신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미래 지휘문화를 설계하다
해사의 혁신은 교실을 넘어 조직문화로 확장하고 있다. 해사는 리더십과 팔로어십의 균형을 중시하고 권위에 의존하지 않는 건강한 지휘 문화를 교육 단계에서부터 체화하도록 한다.
사관생도 생활예규를 개정해 군 정체성과 자율성을 함께 강화하고, 훈육요원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일상 속 작은 선행을 실천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이는 장교 개인의 태도와 판단이 부대 전체의 신뢰와 전투력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변화다.
박규백(중장) 교장은 “해군사관학교의 존립 목적인 해양보국(海洋報國)의 인재 양성, 즉 우리 바다에 대한 책임과 국가·국민을 향해 충성하는 리더를 육성하는 가치를 성찰·내면화·실천하겠다”며 “나아가 미래교육을 혁신함으로써 국가와 국민에 헌신하는 정예 호국간성을 양성하는 데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사의 80년’은 과거를 기념하는 숫자가 아니다. 정예 호국간성을 길러내겠다는 사명은 그대로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충과 무의 본질 위에 미래전을 읽는 교육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해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 시대의 바다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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