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전투복, 강군의 정체성이자 전투준비태세의 상징이다

입력 2026. 01. 15   14:58
업데이트 2026. 01. 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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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방부에서 전투복 개정 논의가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2010년대 초반 보급돼 현재까지 우리 장병들이 착용 중인 디지털 무늬 전투복은 당시로선 혁신적이었으나 급변하는 현대전장의 추세와는 점차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나 역시 현역으로 근무할 당시 전장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전투복 개정을 추진했지만, 여러 여건으로 인해 결실을 보지 못했다.

전투복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다. 전장에서 장병의 생명을 지키고 임무 수행을 가능케 하는 가장 기본적인 무기체계이자 그 나라 군대의 상시 전투준비태세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는 플래그십이다. 전투복에 들이는 투자는 곧 장병에 대한 투자와 직결된다. 우리 군의 위상과 국가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이젠 전투복을 5만~6만 원 수준의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 정도 저비용 구조로는 실전적 즉응태세를 뒷받침할 ‘최적의 성능’을 담보할 수 없다. 제대로 만든 전투복 한 벌은 장병에게는 당당한 자부심이, 국민에게는 ‘국가가 내 자녀를 진정으로 존중하고 보호하고 있다’는 신뢰의 상징이 되기 때문이다.

전투복 개정은 명확한 기준 위에 설계되는 게 바람직하다. 첫째, ‘전투 효율’이다. 실제 전장에서 장병이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을 충족하려면 현장 사용자의 요구가 최우선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사격, 포복, 장비 탑승, 응급처치 등 격렬한 동작에서 쓸림이나 걸림이 없어야 하며 극한의 기상환경에서도 전투 성능이 저하되지 않아야 한다.

둘째, ‘기능성과 편의성’이다. 난연 성능, 흡습·속건 기능, 야간투시경 환경에서의 반사 특성 관리와 적외선 표지(IR Marker) 같은 실전적 요구사항이 설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

셋째, ‘장비 및 장구류와의 유기적 조화’다. 전투복은 방탄조끼, 전투조끼, 헬멧, 배낭 등과 한 몸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워리어 플랫폼의 일부다. 여기서 예산의 논리는 ‘싸게’가 아니라 ‘제대로’로 전환돼야 한다. 소재와 부자재 질을 낮추는 것은 결국 그로 인한 무게와 열기, 가동 불량의 고통을 고스란히 장병에게 떠넘기는 처사다. 기반이 되는 전투복이 흔들리면 그 위에 아무리 좋은 장비를 얹어도 전체의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세계적 추세와 실전적 교훈의 반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무인기와 감시자산의 확대로 전장이 상시 관측되는 환경임을 보여 줬다. 이제 은폐와 분산은 생존의 필수조건이며, 열과 적외선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미군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성능을 높이기 위해 개선형 전투복(IHWCU)을 도입한 사례 등을 적극 참고해야 한다. 특히 여군 장병의 체형을 고려한 전용 방탄조끼 같은 ‘성별 맞춤형’ 역시 필수다. 신체에 맞지 않는 장비로 인한 방호 공백과 불편함은 곧 전투력의 손실이기 때문이다.

전투복 개정은 ‘국방혁신’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장비부터 실전적인 기준으로 바로잡을 때 우리 군의 전투 플랫폼 전체가 살아난다. 이번 논의가 단순한 이미지 개선에 머물지 않고, 워리어 플랫폼의 취지를 관통하는 통합적인 업그레이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군복 한 벌에 담긴 국가의 존중은 장병의 가슴속에서 강한 군인정신으로 승화된다. 존중이 쌓여 자부심이 되고, 그 자부심이 굳건한 전투력으로 승화할 때 비로소 선진 강군으로 우뚝 설 수 있다.

김용우 월드투게더 회장 전 육군참모총장
김용우 월드투게더 회장 전 육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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