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조정하는 사람들…3만6000㎞ 상공, 꿈과 현실의 교신

입력 2026. 01. 15   14:59
업데이트 2026. 01. 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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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댁 평상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기억이 난다. 당시 우주는 동경의 대상이자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그 ‘별’들을 바라보지만 밤하늘을 보는 대신 수십 개의 모니터 앞에서 그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군 위성을 관제하는 ‘위성관제사’로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 ‘위성관제’는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미국 휴스턴 관제센터의 긴박한 카운트다운이나 화려한 그래픽을 떠올릴 수도 있다. 실제 우리가 마주하는 현장은 영화보다 훨씬 정적이며 치열하다. 위성관제는 캄캄하고 차가운 우주공간에 홀로 떠 있는 위성과 지구를 잇는 유일한 생명줄이다. 우리는 시속 1만800㎞라는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비행하는 위성의 상태정보(Telemetry)를 실시간 분석한다. 배터리 전압은 정상인지,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적정온도를 유지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의사가 환자의 바이탈 사인을 24시간 점검하는 것과 흡사하다. 마우스로 클릭하는 순간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국가적 자산을 움직인다는 막중한 책임감! 이것이 우리 일상의 무게다.

우리가 운용하는 위성은 일류 우주기술의 집약체다. 에어버스, 탈레스 같은 세계적인 우주기업들이 제작한 최고 사양의 위성을 다룬다. 매년 프랑스 등지에서 엔지니어들이 관제대대를 방문한다. 위성은 발사 후 수리가 불가하기에 지상에서의 유지보수와 운용은 위성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계속된다.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우주기술의 올림픽’을 방불케 한다. 세계 최고 기술자들과 치열하게 토론하는 순간 대한민국이 우주산업의 변방이 아니라 당당한 파트너로서 그 중심에 있음을 실감하며, 해외 엔지니어들 역시 우리 관제사들의 꼼꼼한 운용 능력과 노하우에 놀라움을 표하곤 한다. 이는 세계적인 우주기술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위성관제 업무는 고독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대부분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차원의 업무여서다. 하지만 우리가 궤도를 지켜 낸 위성이 안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먼 타국에서 국가 위상을 높이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파병부대의 작전 성패에 큰 역할을 할 때 보이지 않는 뒤편에서 밤새 모니터 앞을 지킨 ‘위성관제대대 관제사’들의 눈빛이 서려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이 특별한 일을 사랑한다. 우리의 손끝에서 대한민국의 우주영토가 오늘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매일 설렌다. 혹시 밤하늘을 올려다볼 누군가가 있다면 그 까만 하늘 어딘가에 당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깨어 있는 위성과, 그 위성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우리 ‘위성관제대대 관제사’가 있음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박진규 육군상사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박진규 육군상사 국군지휘통신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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