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군사명저를 찾아서 - 마이크 마틴. 2023. 『전쟁 수행 지침서』. 허스트앤드컴판트. 249쪽.
강력한 의사 전달 ‘신호’로서의 전쟁
상대 심리 다룰 줄 알아야 설득 가능
전략과 첩보·사기·훈련 무형 요소에
육·해·공·우주·사이버 역량 이해해야
전쟁 대비·수행에 대한 개념 정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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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직업군인은 ‘전문가’로 간주된다. 장교단 교육을 전문군사교육(Professional Military Education)으로 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전문성의 과도한 강조가 전쟁의 전체 흐름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쟁 수행 지침서』는 전쟁의 대비에서부터 실전적 수행에 관련된 핵심적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군 지휘관뿐만 아니라 국방정책을 다루는 정치인에게도 매우 유용한 책이다. 저자 마이크 마틴은 영국 육군 장교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뒤 전쟁사 연구로 유명한 킹스칼리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영국 하원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서문에서 ‘군통수권자를 위한 지침서’로 집필했다고 밝혔다. 국방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들이 군대와 전쟁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현실 인식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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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행위로서 전쟁
저자는 전쟁을 ‘정치의 하위 체계’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클라우제비츠의 논지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전쟁은 정치의 연속이며 폭력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저자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폭력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려 한다는 점에서 폭력 자체도 하나의 소통(communication) 수단이 된다. 즉, 전쟁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자신의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일종의 신호(signals)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이 폭력(위협)에 기반한 일종의 설득이라면 상대의 심리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승패에 직결된 수많은 결정이 인간심리에 기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쟁의 본질에 대한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저자는 크게 여덟 가지 요소 혹은 영역을 중심으로 전쟁을 수행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을 설명한다. 우선 무형적(intangible) 근본요소로 ①전략과 첩보 ②군수 ③사기(morale) ④훈련을 든다. 그 다음 유형적 역량으로 ⑤육지 ⑥바다와 하늘·우주 ⑦정보와 사이버 ⑧대량살상무기를 제시하고 전쟁에서의 의미와 역할을 논한다. 그런 다음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결합해 전쟁을 수행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정리한다.
현실적 전략의 중요성
전쟁 수행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현실적(realistic) 전략을 개발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전략은 단순히 활동의 진행 과정을 말하는 계획(plan)이 아니다. 전략을 총체적인 목표와 계획, 수단을 결합하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통념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좋은 전략을 만들기 위해서는 문제(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필요하다. 적과 세계를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첩보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략이 실효적으로 작동하려면 전쟁의 내러티브와 효과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두 번째 중요한 요소로 꼽은 것이 군수다. 전쟁을 수행하려면 탄약, 기름, 부품, 식량·물이 제때 공급돼야 한다. 저자는 상세한 수치를 제시하며 얼마나 많은 보급이 이뤄져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1만 명 규모의 기계화사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컨테이너 295개 분량의 보급이 필요하다. 포병은 더 엄청나다. 군수체계를 적절히 운용하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력의 약 25%가 필요하다는 점도 꼭 인식해야 할 부분이다.
그다음으로 사기를 강조한다. 실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결정적인 요소는 역시 장병들의 결연한 투혼이다. 마지막 근접전투에서는 싸워서 이기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지닌 이들이 승리한다.
정부와 군, 전쟁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은 사기를 유지하는 기본적 요소지만 전술적 차원에서는 △강도 높은 훈련 △양질의 리더십 △확고하면서도 공정한 규율을 들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리더십이다. 신체적·도덕적으로 강인한 장교단이 존재할 경우 높은 사기를 유지할 수 있다. 전시에는 승리의 경험만큼 사기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지적한다. 훌륭한 지휘관은 작은 승리를 경험하게 하면서 점차 사기를 고양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최고의 의료서비스와 사망자에 대한 배려는 부상을 두렵지 않게 만든다. 군인 가족에 대한 최대한의 보상으로 자신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평화 시 사기를 고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인한 훈련이다. 훈련은 지식습득(교육)이 아니며 기량을 쌓고 숙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핵심은 팀워크를 구현하는 데 있다. 개별적 기량도 중요하지만 결국 전투는 팀·부대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얼마나 수준 높은 팀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부대 간 연합훈련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역량을 보유할 것인가
무형의 근본요소에 대한 고려가 이뤄지면 유형의 역량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역량은 영역과 깊이 결부돼 있다. 저자는 지상 영역의 우선성을 강조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 지상이며, 누가 영토를 장악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지상 영역을 담당하는 것은 육군의 핵심 전력인 보병·포병·기갑이다. 이 세 역량을 어떻게 개발, 결합할지는 피아간 전략과 전력에 달려 있다.
전력공병과 지원병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통신과 정보, 의료와 군사경찰의 효과적인 지원이 없다면 전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어떻게 지상전력을 양성할 것인지와 관련해선 전쟁의 성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올바른 판단 없이 적절한 전력 선택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다와 공중·우주 영역 전력 역시 중요하다. 바다가 봉쇄된다면 전쟁 수행은 물론 국가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공중의 우위를 점하지 않는다면 지상·해상 작전 수행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주 공간 역시 이미 전쟁 수행의 핵심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인공위성이 없는 작전은 상상하기 힘들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다루는 것은 핵무기와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다.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궁극적인 보장책은 되겠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추방되는 엄청난 손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화학무기를 보유할 필요는 없지만 방독면이나 해독제와 같은 대응 수단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생물학무기는 기술 발전에 따라 유전자 편집과 같은 새로운 영역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진지한 관찰과 개발이 요구된다.
이 책의 효용성은 전쟁 대비와 수행에 관련된 기본적인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전적 사고가 필요한 지휘관들이 자신의 이해를 전체적으로 점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더 큰 효용성은 국방정책을 다루는 정치인들에게 있을 것 같다. 책을 통해 전쟁에 대한 총체적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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