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춘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입력 2026. 01. 13   15:56
업데이트 2026. 01. 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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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주말 라디오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이 순간이 다시 넘겨 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문득 책장 한쪽에 먼지가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10여 년 전부터 매년 다이어리를 샀다. 기록과 자취를 남기기 위해서다. 가끔 열어 보고 혼자 옅은 웃음을 짓는 일기장 같은 소중한 10여 년의 페이지들이다.

다이어리에는 단순한 부대 업무뿐만 아니라 당시 느꼈던 감정도 그대로 적혀 있다. 우연히 펼친 페이지에는 복잡한 회의 내용과 뜻을 알 수 없는 짤막한 단어로 가득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라는 의문점까지 들게 하는 많은 숫자와 글자. 워낙 악필이라 못 알아보는 글자도 있었고 화가 많이 났는지 종이를 찢어 버릴 듯한 기세로 낙서를 한 부분도 있었다.

그때 유독 눈에 띄는 페이지 한쪽 구석에 끄적인 메모가 보였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네가 해라!”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썼을까? 무슨 뜻일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 분명 존재한다. 어쩌면 다들 어렵고 힘들 것이란 생각에 한 발 빼고 ‘누군가 하겠지?’ 막연히 기대한다. 나 또한 그랬을 터. 메모 내용을 천천히 읽어 봤더니 부대 업무 회의가 있었는데, 난해하고 복잡해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한 채 쳐다만 보고 있었던 듯한 느낌의 대화가 오갔던 것 같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자 무슨 업무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상당히 많은 고민의 흔적과 시행착오를 겪은 듯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수많은 방법과 협업해야 하는 것들, 선배들의 조언과 적지 않은 우발상황을 조치한 내용이 빼곡히 적힌 페이지가 나왔다. “아, 결국 내가 했구나!”

몇 장을 더 넘겨 봤다. 그곳에는 업무 성과로 가득했다. 표창장과 포상에 관한 이야기였다. 같이 임무를 수행했던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름을 기록해 뒀다. 수많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표창 대상자를 정하고 고민했던 흔적이 있었다.

다이어리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언제나 그랬듯 좌우명이 쓰여 있었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 해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해 페이지를 접고 새 페이지를 펼 수 있게 말이다.

우리에게 아름다움만 있는 페이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페이지조차 아름다운 한 페이지가 아닐까?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을 남기는 그런 페이지가 가득하길 소망하며 2026년 새로운 다이어리 첫 장에 같은 문구를 써 본다. 새로운 페이지에는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이, 소중한 내 인생이, 기억될 만한 좋은 추억이 가득하길 바라며 첫 페이지를 써 내려간다.

“아름다운 청춘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신창섭 상사 육군지상작전사령부 특수기동지원여단
신창섭 상사 육군지상작전사령부 특수기동지원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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