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징검다리

입력 2026. 01. 13   15:55
업데이트 2026. 01. 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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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군종참모로 순항훈련에 함께했을 때 함정을 방문한 외국 군인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다. ‘Chaplain(군종장교)’이라고 소개하자 그는 “‘Chaplain’을 들어 본 적도 없고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군에서 종교(religion) 업무를 담당한다고 부연설명하고는 그에게 종교가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자신의 국가가 종교는 인정하지만, 군인은 종교를 가질 수 없다”는 다소 학습된 듯한 답을 줬다. 그의 언행에서 종교의 자유가 없는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며칠 전 2025년 마지막 날 개봉된 ‘신의 악단(Choir of God)’이라는 영화를 잔잔한 감동 속에 관람했다. 영화의 설정은 종교의 자유를 금지한 북한이 국제사회 원조를 받기 위해 가짜 찬양단을 만든다는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종교활동을 연기하는 것이었지만, 그 안에서 개개인이 종교에 관해 고민하며 승화돼 가는 장면을 통해 다시 한번 종교의 본질과 가치, 생명력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김학철 연세대 교수는 『교양으로 읽는 기독교』에서 종교를 이렇게 설명한다. “종교는 존재의 정체와 자리에 대한 질서를 부여하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제의와 윤리를 형성하고, 질서와 윤리 실행의 내적 동기와 정서와 의지를 만들어 내는 문화적 기호체계다. 그 기호체계에 속한 구성원들을 공동체로 만들어 세계 속에서 상호 교류하며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이 설명에 따르면 종교는 개개인의 정체성 확립, 삶의 기준 형성, 실행의 내적 동기 및 정서·의지를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종교는 누군가에겐 인생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군 조직에서 종교는 개인의 내면을 단단하게 결속시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군에서 종교를 ‘무형전력’으로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이유다.

군종장교로서 현장에서 마주하는 장병들의 모습 또한 이를 증명한다. 고된 훈련과 낯선 환경에도 장병들은 종교에서 정서적 안정을 찾고, 자신이 수행하는 임무의 숭고한 가치를 깨닫는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위안을 넘어 부대 전체 사기를 진작시키고 어떤 난관도 극복해 낼 수 있는 강력한 군인정신으로 이어진다.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2025년 종교 인식조사’에 따르면 종교 유무를 떠나 종교가 주는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효능은 높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어 안정감을 얻는다’ ‘긍정적 감정을 갖는다’ ‘윤리적 행동에 도움이 된다’ ‘소속감을 느낀다’ 등 바람직한 종교 효능감을 갖는 것이다.

개개인의 종교성은 다를지라도 종교 자체는 분명 많은 이에게 삶의 의미와 안정감, 위로와 희망의 근거가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하루하루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인생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종교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 구성원도 참된 삶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격려하는 종교적 가르침은 전우를 내 몸과 같이 아끼는 진정한 전우애의 밑거름이 된다. 이러한 종교는 자신과 전우의 인생을 더욱 가치 있고 건강하게 만드는 ‘생명의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우리 곁의 건전한 종교를 ‘생명의 징검다리’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김광식 대령 해군본부 군종실장·목사
김광식 대령 해군본부 군종실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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