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입영해 또 한 번의 가을을 지나 어느덧 겨울을 맞이하게 됐다. 훈련병에서 상병이 돼 후임들을 챙기는 위치가 된 것처럼 육군훈련소도 그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크게 실감하는 변화는 다문화 장병들이 우리와 함께 훈련받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된 것이다. 어린 시절 미국에서 지낸 경험 덕에 여러 문화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익숙했던 터라 육군훈련소에서 분대장 임무를 수행하며 다문화가정의 훈련병들이 겪는 언어적·문화적 어려움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생활관에서도, 훈련장에서도 그들의 난처함과 곤혹스러움이 유난히 잘 보였다.
이에 두 가지 중점을 두고 실천해 나갔다. 첫째, 병영생활 속에서의 관계 개선이다. 다문화 장병을 편견이나 장난으로 대하는 훈련병은 단호하게 훈육하고, 서로 이해하도록 대화를 중재했다. 둘째, 언어장벽 해소다. 생소한 군사용어로 지시사항을 곧바로 이행하기 어려운 다문화 장병에게 영어로 다시 설명해 줬다. 특히 위험성 훈련 전에는 행동요령·안전수칙을 잘 이해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오해로 인한 불이익이나 사고를 방지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보통 공정함을 모두에게 똑같이 대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진정한 공정함’이란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아니다. 서로 다른 출발점과 배경을 이해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동등한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동시에 한계도 느꼈다. ‘나와 같은 다문화 감수성을 가진 분대장이 없는 부대의 다문화 장병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다못해 외국어에 익숙한 분대장도 없다면 다문화 장병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개인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으므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전군에 다문화 이해 교육이 전문강사에 의해 내실 있게 이뤄져야 한다. 단순한 이론교육을 넘어 실제 다문화 장병과 소통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주요 군사용어와 안전수칙을 번역한 용어집 제공, 입영 초기 집중 언어지원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 셋째, 각 부대에 다문화 전담상담관이나 통역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운 좋게 영어가 가능한 조교나 동기를 만나는 데 의존해선 안 된다.
군대는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청년들이 한곳에 모여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특수한 조직이다. 이제 그 다양성은 지역을 넘어 다문화로 확장됐다. 다양성의 존중, 다름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더불어 그것을 실천할 때 비로소 ‘공정한 대우’가 완성된다. 또한 이에 발맞춰 나아가는 제도 개선이 동반될 때 비로소 우리 군은 진정한 의미의 ‘공정한 군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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