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선명도가 생각의 높이다

입력 2026. 01. 07   14:41
업데이트 2026. 01. 0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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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신문 한 귀퉁이에서 즐기던 ‘숨은그림찾기’를 기억하는가. 평범한 그림 속 숨겨진 물건을 찾으려면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가늘게 뜨게 된다. 이 단순한 놀이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대충 흘려 보는 시선으로는 본질을 포착할 수 없다. 세밀한 관찰만이 숨겨진 것을 드러낸다.

삶도 마찬가지다. 일상을 무심히 흘려보내는 사람에게 삶은 그저 반복되는 루틴이지만, 관찰하는 이에게는 매일이 새로운 발견의 장이다. 특히 군 생활에서 이 관찰의 힘은 생존의 열쇠가 된다. 전장의 안개 속에서 적의 움직임을 읽어 내고, 평시 훈련에서 미세한 이상징후를 포착하는 능력은 모두 날카로운 관찰에서 나온다. 이 능력은 전역 후 사회에 나가서도, 리더로서 조직을 이끌 때도 똑같이 요구된다.

생각의 선명도를 높이는 출발점은 기술이 아닌 태도다. 많은 이가 기회는 공평하다고 믿지만, 실제론 ‘절실함’이 그 문을 연다. 절실함은 단순한 욕구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해상도를 높이는 강력한 동력이다. 같은 풍경을 봐도 식물학자는 풀 한 포기의 이름을, 건축가는 건물의 균형을 읽어 낸다. 군에서도 마찬가지다. 경험 많은 선임은 지형의 작은 요철에서 최적의 진지를 찾고, 우수한 지휘관은 부하들의 미묘한 표정 변화에서 부대 사기를 진단한다. 임무와 동료의 생명이 절실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관찰력은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사업을 운영할 때, 가정을 꾸릴 때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문제의 본질을 빠르게 파악하고 기회를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결국 앞서 나간다.

생각을 선명하게 다듬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가까이에 있다. 바로 매일 쓰는 ‘단어’다. 우리는 단어로 사고하지만, 대부분 그 뜻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사용한다. 여기서 유용한 연습이 ‘반대말 찾기’다. 소중히 여기는 가치의 반대편을 명확히 설정하면 그 단어의 윤곽이 뚜렷해진다. ‘책임’의 반대가 ‘방임’인지 ‘회피’인지에 따라 리더십의 본질이 달라 보인다. ‘성장’의 반대가 ‘퇴보’인지 ‘정체’인지 고민하는 순간 인생의 방향이 드러난다.

나아가 관찰로 찾아낸 인생의 중요한 단어들에 자신만의 정의를 내려야 한다. 사전적 의미는 그저 정보일 뿐이지만, 개인적 정의는 삶의 철학이 된다. ‘군 복무’를 의무로만 보는 사람과 성장의 기회로 보는 사람의 경험은 천양지차다. ‘리더십’을 명령으로 보는 이와 신뢰로 보는 이의 조직 운영 결과도 완전히 다르다. 스스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인생의 주도권을 쥐는 행위다. 명확한 가치관은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을 만든다.

미래는 현재 생각의 선명도에 정비례한다. 흐릿한 사고로 맞이하는 미래는 외부 환경에 휘둘리는 결과물일 뿐이다. 반대로 가치와 목표가 또렷한 사람에게 미래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군 복무는 인생의 한 장일 뿐이다. 이 시기에 익힌 관찰 습관, 생각을 벼리는 훈련은 평생을 좌우한다. 복무 중이든 전역 후든, 부사관이든 장교든 예비역이든 선명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 결국 자기 삶을 주도한다.

오늘 일상 속 숨은 그림을 찾아보자.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생각을 벼리자. 이 선명한 사고가 곧 개인의 성숙이자 우리 군의 진정한 전투력이며, 나아가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역량이다. 국가를 지키는 힘도, 인생을 개척하는 힘도 총검 끝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 날카로운 관찰과 명확한 정의에서 비롯된다.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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