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말해도 죄가 될 수 있다는 의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모욕죄 폐지 논란에 대해

입력 2026. 01. 06   14:41
업데이트 2026. 01. 06   14:49
0 댓글

최근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형사처벌을 받는 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일’이란 문제의식이 출발점이다. 내부 고발이나 직장 내 성폭력 폭로, 공익제보 과정 등에서 문제 제기자가 오히려 피고인이 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현행 형법 규정이 오늘의 사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행 형법 제307조 제1항은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명예훼손죄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보호하는 범죄라는 점을 전제로 하되 표현의 자유를 고려, 일정한 경우 위법성을 조각해 처벌하지 않는 장치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이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피해자에게 재갈을 물린다고 지적한다. 특히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란 문언이 엄격하게 해석되면 공익 목적이 분명함에도 개인적 감정이나 이해관계가 일부 섞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내부 고발이나 비판적 발언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면 폐지 우려도 작지 않다. 특히 유튜브와 SNS 등 1인 미디어 환경에선 사실 확인이 충분하지 않은 주장과 폭로가 빠르게 확산된다. 사실이라는 이유로 모든 공개를 허용하면 개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사적 분쟁이나 악의적 공격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돼선 안 된다는 점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치열한 논쟁에 비해 양쪽 주장은 충분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이해가 부족한 면이 있다.

이 논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선 법원의 형법 제310조 해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문자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는다.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공익에 관한 것이고, 행위자의 주된 목적이 공익에 있다면 부수적으로 사익적 동기나 개인적 감정이 포함돼 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태도에 비춰 보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론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공익적 문제 제기가 처벌될 가능성은 이미 상당 부분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전면 폐지할 경우의 부작용이 더 크게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정보가 순식간에 확산되는 최근 환경에서 최소한의 형사적 규율마저 사라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중대한 판단 영역을 전적으로 법원의 해석에만 맡겨 두는 게 바람직한지는 고민할 지점이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라는 문언은 판례에서 완화되고 있지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선 여전히 처벌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원 판단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우려도 크다.

이에 전면 폐지와 현행 유지 사이에서 하나의 절충안으로 형법 제310조에서 ‘오로지’란 문구를 삭제하거나 완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는 판례로 확립된 해석을 법문에 반영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공익적 표현의 위축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둘러싼 논쟁은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보호 중 어느 하나의 손을 들어 주는 문제가 아니라 두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켜 모두에게 더 이로운 세상을 만드느냐는 것이다.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