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드론이 전장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무기와 기술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모든 것을 담아내는 전쟁을 바라보는 인식 틀이 현대전의 작동방식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 문제는 개별 요소의 부족이 아니라 그것을 담는 구조와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2G 휴대전화는 잘못된 기술이 아니었다. 전화와 문자라는 기능으로는 충분했다. 스마트폰 역시 2G 환경에서 등장해 3G를 거쳐 가능성을 넓혔고, 4G와 5G로 이어지는 통신 인프라의 발전 속에서 비로소 오늘날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핵심은 기술 우열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잠재력을 담아낼 구조가 마련됐는지였다.
군사 영역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 군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전투 수행 기능 6가지 분류(지휘통제·정보·기동·화력·방호·지속지원)는 기동전과 산업화 시대 전장을 설명하는 데 유효한 체계였다. 그러나 드론과 AI, 전자전과 사이버전, 인지전이 결합한 현대전에서 전투는 기능·제대·영역의 동시 통합이 더욱 요구된다. 탐지-결심-타격-평가 과정은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압축되고, 이 흐름의 속도와 정확성이 전투의 승패를 좌우한다.
이러한 변화는 미군 합동작전 교리 수정에서도 확인된다. 미 합동작전 교리가 ‘정보(Information)’를 독립된 기능으로 추가해 7가지 기능으로 확장한 것은 정보·인지·비물리 영역이 전쟁의 핵심 공간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보완적 대응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기능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만으로 현대전의 동시성(Simultaneity)과 수렴성(Convergence), 즉 여러 영역의 활동이 하나의 전투효과로 맞물려 작동하는 양상까지 설명하긴 어렵다. 미군이 제시한 다영역작전(MDO) 개념은 기능을 대체하기보다 기능 중심 사고로 설명되지 않는 작동방식을 상위 개념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미래전 연구 역시 같은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존 앤털은 『넥스트 워』에서 ‘다음 전쟁’의 본질을 단일 무기가 아니라 드론·AI·사이버·정밀타격이 동시·수렴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에서 찾는다. 이는 전투를 기능의 합으로 이해해 온 기존 인식 틀이 현대전의 작동방식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앨빈 토플러는 『전쟁 반전쟁』에서 미래전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사고(思考)의 권위’를 지목했다. 한 시대에는 합리적이었으나 환경 변화 이후에도 유지되는 사고 틀이 현실을 가릴 수 있다는 경고다. 전투 수행 기능 6가지 분류 역시 이런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 체계를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기능의 목록을 바꾸는 게 아니라 기능이 차지하는 위상을 재정의하는 일이다. 기능은 조직 운영과 교육의 중요한 도구로 남을 수 있다. 다만 현대전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상위 개념까지 동일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재고(再考)해야 한다. 지휘소 훈련과 사후검토에서 기능 관점보다는 전투 수행과정의 흐름과 연결, 병목을 짚는 것부터 변화는 충분히 시작될 수 있다.
2G 휴대전화는 실패한 기술이 아니었지만, 스마트폰 시대의 플랫폼은 아니었다. 기능 중심 분류체계 역시 유효한 관리도구이지만, 현대전을 온전히 담아내는 상위 프레임으로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미래전 준비는 새로운 무기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장을 바라보는 인식 틀을 업데이트하는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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