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스쿨존은 특별한 안내가 없어도 운전자의 행동을 바꾼다. 과속방지턱, 노란 차선, 좁아진 차로와 신호체계는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감속과 주의를 유도한다. 담당자가 바뀌고 관리 주체가 교체돼도 효과는 유지된다. 사람의 의식이나 지속적인 통제가 아니라 공간 자체가 생각과 행동을 규정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군에서도 이와 유사한 힘이 작동한다. 지휘관에게 요구되는 공간력은 단순한 관리나 통제의 문제가 아니다. 병력, 시설, 동선, 시간 요소, 경계시스템 등을 하나의 체계로 겹쳐 인식하고 지휘 부담을 줄이면서도 안정성과 전투 효율성을 높이는 능력이다. 눈에 보이는 환경은 유형이지만,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효율성과 사고 예방효과 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축적된다.
우리 여단은 포병대대와 군수지원대대, 직할중대, 참모부가 통합 주둔지를 운용하며 한정된 공간에서 증가한 병력을 효율적으로 지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순한 규정 강화 대신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주차장으로 쓰던 연병장을 깔끔하게 정비해 병력 지휘 및 체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차양대와 추가 주차공간을 확보해 혼잡과 위험을 줄이고 있다.
주둔지 내 풀숲과 산지 수풀을 정리해 병력이 혼자 위험에 노출되는 공간을 최소화하고, 감시 공백이 발생하는 구역에는 폐쇄회로TV를 추가 설치 중이다. 직할중대 통합막사에서는 화장실 이용, 생활관 간 이동 등 유동 병력이 발생할 경우 당직실에서 시각·음성 알림을 통해 즉시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체계를 보완했다.
이는 감시 강화에 초점을 뒀다기보다 불필요한 불안과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구조적 개선 차원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다.
이러한 변화의 공통점은 지휘관의 지속적 개입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시를 반복하지 않아도 질서는 유지되고, 사람이 바뀌어도 같은 효과가 이어진다. 보이는 환경은 그대로이지만, 그 안에서 작동하는 힘은 눈에 띄지 않게 축적된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눈앞에 근시적으로 보이는 지휘가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 가는 지휘다. 지금의 노력이 다음 지휘에서도 같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구조를 남기는 것. 보이는 것을 바꿔 보이지 않는 힘을 남기는 일이야말로 전투력의 지속성을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고, 우리 앞에 주어진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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