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눈물, 새해의 다짐

입력 2025. 12. 31   15:37
업데이트 2026. 01. 0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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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시작된 지 3년 10개월을 넘어섰고, 우크라이나는 종전과 휴전을 둘러싼 협상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그 협상에 내몰린 처지는 무엇을 얻기보다 무엇을 더 내주지 않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가깝다. 그 비참함은 말로 다 담기 어렵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준비의 붕괴’에서 시작됐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침공의 결과가 아니라 국가가 스스로 지켜야 할 기본 책무를 오랫동안 소홀히 한 끝에 나타난 귀결이다. 냉전 종식 이후 우크라이나는 약 80만 명의 병력과 세계 3위 수준의 핵전력 유산을 보유했다. 하지만 안보·군사에 대한 무관심과 방치, 국론 분열과 정치적 리더십의 공백 속에서 군은 점차 국가 존립을 떠받치는 핵심 수단이 아니라 부담과 비용의 대상으로 인식됐다.

준비의 붕괴는 곧 억지의 실패로 이어졌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탈취했을 당시 우크라이나가 즉각 동원할 수 있었던 전투 준비 병력은 1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명목상 군대는 존재했지만 실질적 억지력은 이미 상실된 상태였다.

억지가 무너진 국가는 결국 선택지를 상실하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국토의 약 15~20%를 잃었고 국내총생산(GDP)의 40%가량을 전쟁 수행에 투입하고 있으며 전후 복구·재건에 필요한 비용이 연간 GDP의 2~3배, 수천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지원 없이는 전선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실질적 영토 회복이나 확실한 안전보장을 담보받지 못한 채 종전협상에 나서야 하는 처지에 몰려 있다.

이 비극을 평가하는 가장 명확한 잣대는 헌법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헌법 제1조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선언하고, 제2조와 제3조는 국가가 보호해야 할 국민과 영토를 명시한다. 제4조는 이를 지켜 내기 위한 책임 있는 안보정책을 요구하며, 제5조는 국군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 핵심 기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현실은 이러한 헌법적 원리가 실제로 지켜지지 않았을 때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보여 준다. 군의 신성한 임무가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준비와 투자, 국민적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을 때 국가는 결국 국민과 영토, 주권을 지키지 못한다. 더구나 현대전은 군과 민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모든 것의 무기화’ 시대다. 산업과 기술, 정보와 여론까지 전쟁 수행 능력의 일부가 되는 환경에서 현역과 예비역은 물론 민과 군이 긴밀히 협력하는 국방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국가는 위기 앞에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2026년 펼쳐질 앞으로의 시간은 미래전에서 승리를 보장하는 강한 군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군대, 국가총력전이 가능한 국방산업생태계를 구축해 놓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2026년 새해 벽두에 서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다짐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남의 일로만 보지 않고 전쟁이 나지 않게 하는 힘과 만약의 경우에도 이길 수 있는 힘, 그 힘을 끝까지 지탱하는 국민의 신뢰를 하나하나 쌓아 가자는 실천적 약속이다. 명실공히 헌법이 명시한 국가를 지키는 신성한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강한 군대가 되자는 다짐이다.

우크라이나 하늘에 다시 평화의 불빛이 켜지기를 바라며 누군가의 눈물과 한숨이 또 하나의 준비와 다짐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


김용우 월드투게더 회장 전 육군참모총장
김용우 월드투게더 회장 전 육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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