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레바논, 새로운 임무를 안고

입력 2025. 12. 26   16:16
업데이트 2025. 12. 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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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 육군소령 유엔 레바논평화유지단
최현 육군소령 유엔 레바논평화유지단



3년 전, 레바논평화유지단(동명부대) 28진 정비수송중대장으로 처음 레바논에 파병됐다. 전투력 유지를 위한 장비 정비와 수송지원은 매 순간 책임의 연속이었다. 생소한 환경과 문화,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우리는 한마음으로 임무에 집중했고, 그 시간은 나를 군인으로 한층 성장시켜줬다. 

귀국 후에는 파병부대를 지원하는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파병현장을 간접적으로나마 계속 접하다 보니 레바논이 점점 그리워졌고, 다른 직책으로 다시 한번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동명부대 31진 민군작전과 민사장교로 레바논에 왔다. 임무수행 초기, 예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이곳을 바라보게 됐다. 민사장교는 군사 임무를 넘어 현지 주민과의 교류를 통해 평화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한국어교실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동시에 우리 부대원도 영어와 아랍어를 배우는 등 활발한 문화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주민들이 기술을 익혀 경제활동을 이어가도록 비누교실과 재봉교실, 퀼트교실까지 확대 시행 중이다.

민사활동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주민들의 따뜻한 감사 인사에서 또 다른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코로나19와의 전쟁으로 5년간 중단된 레바논 방한 연수단 임무의 재개다. 동명부대 작전지역 도시 시장들과 레바논 장군, 박물관장 등을 한국으로 초청해 4일간 연수를 진행했다.

그들은 연수 기간 방문한 새마을운동중앙회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전쟁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한국의 모습을 직접 체험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기적을 이뤄냈는가?”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고 이를 자국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에서 나 역시 깊은 애국심을 느꼈다. 이번 연수는 외교 행사를 넘어 작전지역의 안정과 민심 확보에 실질적인 도움은 물론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국내 NGO단체인 굿네이버스와 월드투게더의 도움으로 레바논 현지 주민들을 위한 기부물자 전달 활동도 진행했다. 두 단체에서 지원한 신발과 문구류는 작전지역 내 취약계층에 전달돼 아이들의 일상에 작은 희망과 용기를 줬다.

물자를 전달하며 마주한 아이들의 환한 표정과 주민들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는 내가 이곳에서 수행하는 민사활동의 의미를 실감하게 했다.

동명부대는 군사작전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얼굴로서 지역사회와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다시 한번 이 임무에 함께하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낀다. 정비수송중대장 시설의 경험은 지금의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민사장교로서의 새로운 도전은 매일을 의미 있게 채워주고 있다.

레바논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국과 레바논의 우정을 더욱 깊고 굳건하게 만들어 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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