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현대사 조명 전시회 마련
광복 80주년 특별전…우리말 사전 원고·국새 칙명지보 등 공개
‘밤 풍경’ 특별전…시대별 야간통행금지 사례·감성 가득 밤 문화 소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 서울 광화문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우리 현대사의 여정을 조명한 두 전시를 동시에 진행해 주목받고 있다.
먼저 내년 3월 3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광복 80주년 특별전 ‘1945-1948 역사 되찾기, 다시 우리로’는 격동의 해방공간 속에서 온전한 우리를 되찾고자 했던 노력을 조명한 전시다.
1945년 광복부터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까지 3년은 잃어버린 우리의 이름을 되찾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워 우리의 말과 문화, 기억을 회복해 나가는 치열한 여정이었다. 전시는 ‘다시 우리로’ 돌아가려는 염원과 새로운 나라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던 그때의 모습을 소개한다.
1부 ‘되찾은 말, 되찾은 삶’에서는 광복 후 우리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기쁨을 다뤘다. 신문과 방송에서 들려오는 우리말, 교실에서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 등 한글이 스며들어 변화된 일상의 모습을 소개한다.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말모이’를 비롯해 훈민정음해례본의 첫 영인본, 광복 후 우리나라가 부여받은 국제 무선호출부호 ‘HLKA’가 새겨진 서울중앙방송 스피커 등이 전시됐다.
2부 ‘다시 잇는 역사’에서는 우리 역사의 연속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당시 우리 역사를 주체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 속에 새로 교과서가 편찬되고, 일제강점기 금서로 지정된 역사서들이 복간됐다. 또한 훼손된 문화유산이 복구되고, 전통문화가 복원되면서 새로운 국립박물관도 탄생했다. 조선총독부에 넘어갔다가 반환된 ‘국새 칙명지보’, 우리 손으로 이뤄진 첫 국립박물관의 발굴조사인 경주 호우총 발굴에서 나온 청동용기 등을 소개한다.
3부 ‘다시 일어서는 우리’에서는 일제강점기 왜곡되거나 잊힌 역사적 인물들을 추모하는 사회적 움직임을 재조명한다.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 유해가 국내로 봉환돼 서울 효창공원에 묘역을 조성하고, 일제에 의해 훼손된 여수와 해남의 이순신 대첩비가 지역주민의 헌신으로 제자리를 찾는다. 또한 순국선열 추모와 각종 국경일 제정으로 흩어진 공동체의 기억을 복원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음을 전시를 통해 보여준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병풍 팔사품도와 해남 명량대첩비 탁본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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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주제관에서는 내년 3월 22일까지 시대별 야간통행금지 해제 이후 되찾은 우리의 역동적인 밤과 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특별전 ‘밤 풍경’을 개최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밤은 낮보다 더 화려하고 역동적인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불과 4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밤을 누리는 것은 국민들에게 제한된 영역이었다. 이번 전시는 우리 사회에서 오랜 시간 통제와 어둠 속에 갇혀 있던 밤이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모두의 시간’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되짚어본다. 동시에 밤의 시간 속에 녹아 있는 한국의 ‘밤 감성’을 느껴보는 공간도 마련했다.
1부 ‘밤의 현대사’에서는 조선시대 야금(夜禁)제도로부터 미군정에 의해 공포된 야간통행금지령, 그리고 1982년 야간통금 해제에 이르기까지 밤을 둘러싼 제도적 변화를 소개한다. ‘고고클럽’과 ‘귀가전쟁’ 등 통금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통금과 관련된 다양한 일화를 담은 고바우영감 원화, 야간통행금지 전면 해제를 알린 호외 등이 추억에 잠기게 한다.
이어 2부 ‘밤의 서정’에서는 시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는 밤의 감성에 주목한다. 달을 바라보며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독립운동가 김여제의 시 『추석』이 실린 상하이판 독립신문, 1960년대 연인이 밤마다 서로를 떠올리며 쓴 편지들, 1990년대 PC통신의 추억이 담긴 히이텔 단말기 등이 시대별 밤의 감성을 전한다. 노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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