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위험성평가, 실행 중심으로 전환해야

입력 2025. 12. 26   16:15
업데이트 2025. 12. 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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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섭 중령 육군17보병사단 천둥여단
김창섭 중령 육군17보병사단 천둥여단

 


군의 위험성평가는 장병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관리의 핵심이다. 그러나 일부 부대에서는 위험요인을 실제로 식별하기보다 육군위험성평가체계(ARAS·아라스) 클릭에 그치며 사고 발생 시 면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위험성평가의 본질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사전 예방’이다. 다행히 군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개선의 중심은 제도보다 ‘현장 실행력’에 있어야 한다.

첫째, 중대재해처벌법 정신과 절차를 포함한 ‘통합형 위험성평가’. 현재 군의 위험성평가는 계획·조치·피드백이 분절돼 있으며, 평가 자체가 목적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바로 위험성평가며, 그 정신과 절차를 포함한 통합형 위험성평가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법의 9개 주요 요구사항(안전보건관리체계, 위험요인 개선, 교육, 점검, 재발 방지 등)은 위험성평가를 통해 이뤄지는 하나의 프로세스로 엮어야 한다. 군의 위험예고 시스템은 상하 부대가 연계해 위험을 관리하는 통합형 위험성평가의 좋은 본보기다. 이런 통합적 접근이야말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살리고 군 안전관리의 실효성을 높이는 길이다.

둘째, 집중과 절약의 원칙으로 SIF 중심 평가 강화. 모든 활동의 위험요인을 동일하게 다루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집중과 절약의 원칙에 따라 SIF(Serious Injury and Fatality), 즉 사망이나 중상해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활동(공지합동훈련, 포탄·박격포 사격, 전차 기동훈련, 폭발물 처리 등)에 대해서는 빈도·강도 기반의 정량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나머지 부대활동은 체크리스트로 간소화해 평가하고, 일상의 부대활동은 현장 위험예지훈련으로 대체하면 된다.

셋째, 데이터 기반의 예측형 군 안전정보시스템 구축. 육군의 ARAS는 훈련과 부대활동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으나 평가가 부실하면 데이터는 무용지물이다. 인적·환경적·장비·지형 요인을 통합 분석해 부대활동 전에 위험예고와 감소대책을 자동 제시하는 예측형 시스템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군안전정보시스템(MSIS·Military Safety Information System)의 데이터는 곧 군의 안전역량이 될 것이다.

넷째, 감소대책 고도화와 예비비 확보. 감소대책은 원칙적으로 근본적(제거·대체), 공학적, 관리적, 보호구 착용 순으로 추진한다. 그러나 근본적·공학적 대책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므로, 보통 안전교육 같은 관리적 대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안전보건청은 산업재해 간접비용(훈련 중단 기간 대비태세 약화, 안보 공백, 군 사기 위축 등)이 직접비용의 8~36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실제 손실(직접비용+간접비용)보다 훨씬 적다. 따라서 사단 단위에서 감소대책용 예비비를 별도 편성해 즉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사단급 안전조직 상설화. 사단장은 법적으로 ‘사업주’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전조직을 두고 위험성평가 코칭 역량을 갖춰야 한다. 육군본부는 코칭 전단팀을 운영해 순회교육으로 현장의 안전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군의 위험성평가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명과 한 가정의 행복, 그리고 국가 안보를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다. 형식이 아닌 실행 중심의 평가 문화로 거듭날 때 우리 군은 튼튼한 국방, 신뢰받는 국방으로 발전할 수 있다.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급한 임무는 없다”는 한마디가 위험성평가 시행의 기준과 동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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