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회에 첫발을 들이고 사람들과 처음 인사를 나눌 때 건네는 게 있다. 바로 명함이다. 여기에는 이름과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직장명 등이 표기돼 있다.
본인이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을 명함 한 장으로 파악할 수 있다. 어느 단체에 속하게 되면 제일 먼저 명함을 받는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출입하다 보면 여러 군인을 만나게 된다.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는 공보장교를 비롯해 가끔 야전에서 국방부를 방문한 장교들과도 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있다.
최근 야전에서 근무하다가 국방부를 찾은 한 초급간부와 대면한 적이 있다. 처음 인사하는 자리이다 보니 당연히 명함을 건넸다. 이에 상대방은 우물쭈물하며 본인 전화번호를 문자로 알려 주겠다고 했다.
다소 의아했지만 사연이 있겠지 싶어 그냥 넘겼다. 이후 그 장교가 떠나고 삼각지에 근무하는 한 장교가 “야전 장교가 명함이 없어 그랬다”고 말했다. 처음 인사할 때 명함을 교환하는 게 당연하지만 본인은 명함이 없어 문자로 전화번호를 알려 주겠다고 했다는 얘기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국방부 내 근무하는 장교들은 위관급이라고 할지라도 모두 명함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야전 장교들 역시 똑같이 명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용산에 있는 공보장교들에게 어찌 된 영문인지 물어봤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명함은 각자 신청해야 한다. 여기 있는 정훈장교들은 기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다들 명함이 있는 것이다. 일반 야전에 있는 초급간부들은 명함을 신청해도 거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답했다.
규정을 찾아봤다. 국방출판지원단에 따르면 현역 장교, 부사관, 군무원, 국방부 공무원으로 아래 각호에 해당하는 자만 명함 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선 국방부·합동참모본부, 한미연합군사령부에 재직 중인 자이거나 국직부대, 각 군 본부는 소령 이상 장교, 사무관 이상, 주임원사여야 한다. 또 육군·해군·공군·해병대는 대대장·전대장·함장(중령급) 이상 지휘관, 사무관 이상, 주임원사이거나 대령급 이상 지휘관 또는 부서장이 공무·대외협력 업무로 명함이 필요하다고 승인한 자에게 명함을 지원한다.
다만 이들 역시 이름, 직책명, 필요 사유가 명시된 공문 접수에 한해 검토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참고로 ‘명함 지원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자는 출력용 파일을 다운로드해 본인이 직접 개인 프린터로 출력 사용 가능’하다는 안내문구도 적어 놨다.
초급간부가 부족해 처우 개선을 외치고 있는 마당에 이들에게 명함 한 장 주지 않는 군이라니. 그것도 모자라 필요한 사람은 직접 프린트를 하라니. 이게 과연 21세기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대한민국의 군이 맞나 의심이 들었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국방부에선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댈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하려 한다.
현재 국방부와 각 군에서 발행하는 모든 행사 전단 및 초대장을 모바일로 바꾸는 건 어떨까. 행사 전단은 그 크기도 크고 사진도 실려 명함보다 제작비용이 꽤 들 것으로 추정된다. 그 예산을 아껴 다수의 군 간부에게 명함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람이다.
전 군의 간부들에게 명함을 찍어 주려면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 부족한 예산은 국회에 요청하면 이 정도는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군인 자긍심 회복을 위해 사소한 것부터 바꿔 나간다면 내년 혹은 내후년에는 우리 장병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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