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부대가 가장 강한 부대

입력 2025. 12. 23   15:52
업데이트 2025. 12. 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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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권 전문군무경력관 가군 육군전투지휘훈련단
김수권 전문군무경력관 가군 육군전투지휘훈련단

 


얼마 전 집 근처 중증 장애인 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시설에서 생활하시는 분들과 함께 청소하고, 구입한 간식과 과자를 한 아름 나누어 드렸습니다. 시설 원장님의 배려로 따뜻한 햇살 아래 잔디밭에서 과자파티를 했습니다. 그분들은 작은 선물에도 연신 “고맙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나는 그 미소 속에서 세상의 어떤 말보다 따뜻한 행복을 느꼈고, 그순간 나태주 시인의 시 ‘행복’이 생각났습니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일, 이름 모를 풀꽃을 사랑하는 일” 등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 곁에 있는 것이라고 시인은 말했습니다.

군 생활을 하다 보면 행복이라는 단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과와 훈련 속에서 때로는 지치고 고된 마음이 찾아올 때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전우와 함께 땀 흘리며 웃던 순간, 식당에서 함께 나눈 따뜻한 밥 한 끼, 야간 근무 중 잠시 올려다본 별빛 가득한 하늘 또한 모두 행복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렇듯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 부대 단장님께서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출근이 즐거운 부대를 만들자. 행복한 부대가 가장 강한 부대다.”

그 말씀처럼 행복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강함의 근원이자 우리 부대를 하나로 묶는 힘입니다.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보람을 느끼고 서로를 존중할 때 그 속에서 진정한 단결력과 전투력이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특별한 날에만 찾아오는 손님이 아닙니다. 나태주 시인은 “행복은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 거기 서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 군인으로서 조국을 지키는 이 순간이야말로 소중한 행복의 시간입니다. 누군가의 평화를 지키며, 동료와 마음을 나누는 우리의 하루하루 속에는 분명한 의미와 보람이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입고 있는 군복은 단지 의무의 상징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누군가에겐 안심과 희망을 전하는 행복의 유니폼이기도 합니다. 서로를 격려하는 짧은 말 한마디, 따뜻한 미소 하나가 옆 전우의 하루를 밝히고 그 마음이 또 다른 행복으로 이어집니다.

오늘도 우리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임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지루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작은 감사와 미소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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