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Team’ 고통을 이겨낸 가치

입력 2025. 12. 22   15:20
업데이트 2025. 12. 22   15:23
0 댓글
김태웅 상사 육군특수전사령부 독수리부대
김태웅 상사 육군특수전사령부 독수리부대



육군특전사 일원이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천리행군은 적진 깊숙이 침투한 특전대원이 임무를 완수하고, 아군지역으로 탈출하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약 400㎞ 이상 걷는 극한의 훈련이다. 1974년 특전사에서 처음 시작됐고,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그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번 내륙전술종합훈련 중 실시된 천리행군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극복하며 포기하고 싶었던 수많은 순간을 이겨 냈기 때문이다. 혼자가 아닌 팀원들과 끝까지 완주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지난 9월 안개가 자욱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소나기가 쏟아진 직후 천리행군을 시작했다. 습도는 100%였다. 산속의 수풀을 헤쳐 나가며 출발한 지 한 시간 만에 특전복과 전투화가 흠뻑 젖었다. 양쪽 발바닥에는 물집이 잡혔다. 물집의 고통은 발목과 무릎, 골반 통증으로까지 이어졌다. 해발 1200m의 산을 오를 때는 탈진하기에 이르렀다. 100m를 이동하면 온몸에 경련이 와 30분은 휴식해야 다시 걸을 수 있었다. 5번째 천리행군이었지만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고통을 맛봤다.

행군 첫날 15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었던 거리를 내가 탈진하는 바람에 30시간이 지나도 도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팀원들은 ‘괜찮다’ ‘할 수 있다’ ‘함께 가자’는 말과 함께 호흡과 발걸음을 맞춰 줬다. 부족했던 물을 나눠 마시면서 나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해 줬다. 생사고락을 같이한다는 게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다 함께 천리행군을 완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뭉쳤다. 행군 중 상태가 제일 좋지 않았던 나로선 큰 부담이었지만, 이 부담감은 팀원들의 격려와 응원 속에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불타는 의지로 바뀌었다. 그 의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라지지 않는 물집의 고통까지 짓누르며 오직 그날 주어진 목적지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었다.

걷다 보면 힘들어 말이 없어지는 순간에도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발걸음과 그 발걸음에 맞춰 들리는 팀원들의 숨소리. 어둠이 내려앉은 고요함 속에 들리는 우리의 발걸음과 숨소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게 해 주는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고통을 이겨 내며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고, 내일 다시 마주할 고통에 맞서 이겨 낼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됐다.

8박9일간 실시한 천리행군은 군 생활의 극한을 시험하는 훈련이었지만, 팀원들이 함께해 줬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 특전사에서 이야기하는 ‘혼을 나누는 의리’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시간이었다. 이들과 함께라면 고립무원 적지에서도 어떤 임무든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