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 non facit saltus’. 자연은 도약하지 않는다는 라틴어 표현은 자연의 변화는 점진적이며 연속적이지 갑작스럽게 뛰어넘지 않는다는 사상을 담고 있다. 모든 자연현상이나 생물 진화, 변화는 작은 단계를 거쳐 서서히 일어난다는 의미로 과학, 생물학, 진화론에서 자주 언급된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성경 말씀처럼 세상 대부분은 처음부터 완벽한 상태로 태어나거나 만들어지지 않는다. 억겁의 축적 시간을 거치며 발전하고 멈춰 있고, 때로는 하향곡선을 그리기도 하며 성장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드론도 전술적 운용의 시작은 이스라엘의 샤브타이 브릴 소령이 장난감가게에서 구입한 원격조종 비행기에 독일제 카메라를 부착, 1969년 7월 수에즈운하 너머 이집트군의 진영을 촬영한 것이 시작이었다.
인류 최초의 비행이자 위대한 비행이라고 일컬어지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은 불과 12초 남짓, 거리는 36.5m에 불과했으나 기술 축적을 거쳐 지금의 무인 항공기 시대, 우주 항해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군 구조와 무기체계, 교육훈련, 시설 등 전투발전 요소도 마찬가지다. 진화와 발전 과정에선 당연히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돌연변이처럼 전혀 다른 결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인터넷도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했던 게 지금은 인류에게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됐고, 특정 목적으로 만들었던 신약이 기대하지 않았던 또 다른 효과가 발견돼 활용되는 것도 좋은 예다.
세상은 칼과 활이 아닌 총과 포의 전장으로 바뀌었음에도 변화에 둔감해 변화하지 않는다면 나가시노 전투에서 다케다 신겐의 군대가 ‘무데뽀’라는 조소를 당하며 패권을 상실했던 것처럼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할 날이 올 수 있다.
육군종합군수학교는 전투실험으로 군사적 유용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며 전투 수행 개념, 신기술 등에서 진화적인 발전을 이룩하고자 아미타이거(Army TIGER) 부대의 정비숍 차량 개선과 급수·급유 분야 능력 검증, 미세수분 유류 공급기 전투실험을 하고 있다.
랠프 월도 에머슨은 “인생은 실험이다. 실험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며 틀에 박힌 삶보다 자신의 길을 탐험하는 삶,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하는 삶을 강조했다. 개인과 군 조직, 국가 모두가 끊임없는 실험을 거듭해 진화 과정을 거치며 목표를 향해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지혜와 뚝심을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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