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84명의 신임 장교가 육군포병학교에 입교했다. 소위 계급장을 달고 리더로 첫걸음에 나서려는 그들의 표정은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다. 새로운 시작의 설렘으로 가슴 벅찼던 8년 전 나의 신임 장교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25-2기로 입교한 신임 장교 중에는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이가 유독 많았다. 관측병·포반장으로 복무하다가 장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만 32세라는 늦은 나이에 입교한 교육생, 박람회 전시 전문가로 활동 중 우연히 박람회에 참여한 군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안정된 직장을 내려놓고 임관한 교육생, 고등학교 졸업 후 부사관으로 근무하며 학사를 취득해 장교로 임관한 교육생 등 나이는 많지만 그만큼 책임감 있고 실무에서 쌓은 경험은 교육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담임교관으로서 교육생들이 포병장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전기·전술뿐만 아니라 리더로서 자기수양과 타인을 올바르게 이끄는 법, 즉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했다. 수기치인은 ‘자신을 먼저 닦고, 그 바탕 위에서 다른 사람을 바르게 이끈다’는 의미로 교육생들에게 2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계획일지’를 작성하는 것이다. 간부로서 외부 통제가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하루를 설계하고 나아가 일주일, 한 달을 스스로 판단하고 계획하게 했다. 또한 매일 교육이 끝난 뒤 부족한 부분을 찾아 계획일지를 수정해 자신을 먼저 닦는 치인의 자세를 습득하도록 유도했다. 둘째, 상호 학습문화 조성이다. 학급장 등 자치근무자 4명을 선발하고 학급을 4개 조로 편성해 자치근무자와 조 단위로 활동하고 교육훈련에 참여했다. 또한 모든 교육훈련 후 피드백 시간을 가져 잘한 부분과 개선할 부분을 동기들끼리 공유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공동체적 리더십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계획일지 작성과 상호 학습을 통해 교육생들은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실천하는 리더로 거듭나고 있었다. 자율과 절제가 공존하는 환경에서 입교 당시 13명이었던 체력 3급 이하 인원이 1명으로 줄었고, 모든 교육과목에서 90% 이상의 성적을 달성하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수료한 84명의 신임 장교 중 80명이 장기복무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리더십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타인의 강점을 배우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세워 가는 과정이다. 그것이 곧 자신을 다스려 남을 이끄는 ‘수기치인’이다. 수기치인의 자세로 자신을 단단히 세운 신임 포병장교들이 어떤 자리에서도 흔들림 없는 굳건한 리더로 성장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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