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해야… 평화를 심는다, 더 엄격해야… 안전을 지킨다

입력 2025. 12. 19   16:59
업데이트 2025. 12. 2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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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부대 32진, 평화유지 작전능력 숙달 

국제법·교전수칙 의거해
표준 대응절차 능력 향상

다양한 시나리오 그리며
대화와 절차로 상황 해결
유사시 빠르게 아군 보호도


레바논 평화수호 임무를 수행할 ‘레바논평화유지단(동명부대) 32진’이 다음 달 현지 전개를 앞두고 임무수행 능력을 담금질하고 있다. 유엔평화유지군 일원으로서의 동명부대 핵심 역량은 STIR(Standardized Tactical Incident Reports)로 불리는 ‘표준상황조치과제’ 능력이다. 다양한 우발 상황에 대비해 국제법과 교전수칙에 의거한 표준 대응절차를 가리킨다. 단순히 적을 제압하는 것이 아닌, 분쟁지역에 평화를 심는 일이 동명부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육군특수전사령부 국제평화지원단 파병종합훈련장에서 펼쳐진 STIR 숙달 훈련에서도 강한 전투력을 바탕으로 한 32진 장병들의 임무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이원준/사진=이경원 기자

다음 달부터 유엔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할 레바논평화유지단(동명부대) 32진 장병들이 지난 18일 유엔 표준절차인 STIR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은 적 세력이 위병소에 접근한 상황이 부여된 모습.
다음 달부터 유엔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할 레바논평화유지단(동명부대) 32진 장병들이 지난 18일 유엔 표준절차인 STIR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은 적 세력이 위병소에 접근한 상황이 부여된 모습.

 


무력충돌 대비 현지 적응 훈련에 매진

AK 소총으로 무장한 남성 3명이 부대 위병소로 접근한다. 진입로에서부터 감시장비로 이들을 추적 감시한 근무자는 상황을 보고한 뒤 침착히 대응절차에 나선다. 무기를 내려놓고 되돌아갈 것을 권고했지만 물러서지 않는 괴한들. 이에 장병들은 전술 절차에 따라 조금씩 뒤로 물러선 다음 무전기로 추가 지원을 요청한다. 장갑을 두른 소형전술차량이 등장하자 상황이 반전됐다. 멀리 괴한들을 물리쳤고 상황은 종료됐다.

동명부대 32진이 STIR 훈련의 하나로 실시한 ‘적 세력 위병소 접근 상황’ 모습이다. 오랜 분쟁과 내전을 겪어온 레바논에선 우발 상황의 개념이 대한민국에서와는 사뭇 다르다. 소총과 로켓포 등을 활용한 공격 위협이 상존하는 환경.

특히 최근 중동 정세 악화로 레바논과 이스라엘 접경지에서 무력충동이 발생하는 등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동명부대 32진은 파병 준비 기간을 활용해 STIR 능력 숙달에 매진하고 있다. 유엔 표준화훈련모듈(STM) 등을 바탕으로 구성된 STIR은 평화유지군이 작전 수행 중 직면할 수 있는 기동방해, 무장인원 조우, 시위 등 다양한 우발 상황에 대응하는 절차다. 위병소에서의 위협 상황 역시 현지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모습이다. 이에 32진 장병들은 매일 훈련장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리며 훈련하고 있다.

“실제 상황은 시나리오보다 훨씬 복잡할 것입니다. 우리가 STIR 훈련을 하는 이유는 현장에서의 오판을 없애기 위함입니다. 우리 장병들이 무기를 들고 있지만, 그 무기를 쓰기 전 대화와 절차로 상황을 해결하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 시에는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아군을 보호하고 임무를 완수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32진이 추구하는 전문가다운 평화유지군 모습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이명석(중령) 작전대대장은 훈련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STIR 훈련의 목적은 평화와 안전이다. 이 대대장이 항상 휴대하는 전술노트는 지휘관으로서 부대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고민의 흔적으로 빼곡했다.


장병들이 박격포 조포 훈련을 하고 있다.
장병들이 박격포 조포 훈련을 하고 있다.

 

 

주둔지 외곽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하는 장병들.
주둔지 외곽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하는 장병들.



2007년 첫 파병 후 18년간 평화 유지 최선 

동명부대는 2007년 첫 파병 이래 레바논에서 평화의 등불 역할을 해왔다. 레바논 남부지역으로 유입되는 불법 무기 및 무장세력을 24시간 정찰·감시하며 지역 안정을 도모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파병 이후 현재까지 약 14만 건의 완전작전을 펼치며 유엔이 인정한 평화유지군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동명부대 역사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유엔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을 설치하고, 이스라엘-레바논 분쟁을 중재해 온 유엔은 2006년 변곡점을 맞는다. 양측의 충돌로 민간인 1000여 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은 약 3000명의 평화유지군을 1만5000명 규모로 확장하기로 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회원국에 파병을 요청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 선도국가로서 레바논 안정과 중동평화 유지를 위해 국회 동의를 거쳐 2007년 7월 19일 동명부대를 파병했다. 동티모르 상록수부대에 이은 두 번째 유엔평화유지군 전투부대 탄생이었다.

부대 명칭인 동명(東明)은 ‘동쪽에서 온 밝은 빛’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레바논의 밝은 미래와 평화를 소망한다는 염원도 담았다.

이름처럼 동명부대는 굳건한 작전 능력으로 레바논 안정에 이바지하고, 의료·태권도·한국어 교실 등 다양한 민·군 교류 활동을 펼쳐왔다. 현지 주민들로부터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는 배경이다. 현재는 31진이 레바논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내달 초 레바논으로 출국 

동명부대 32진은 다음 달 초 레바논으로 출국, 31진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는다. 무결점 임무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달 24일 편성식을 한 뒤 한 달간 파병 준비에 매진해왔다. 차태경(육군대령) 준비단장을 비롯한 184명의 장병으로 구성됐다.

특히 32진은 동명부대 역사의 마지막 챕터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동명부대가 속한 UNIFIL 임무가 2026년 말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2진은 내년 9월 전개 예정인 마지막 33진에 안정적이고 완벽한 작전 환경을 인계하는 중책도 맡는다.

동명부대는 첫 파병 이래 1만여 명의 장병이 거쳐 간, 대한민국 국군 역사상 최장기·최다인원 파병부대다. 내년 작전 임무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빛나는 역사를 가진 동명부대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32진 장병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로 파병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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