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보는 KFN 페이스:北

입력 2025. 12. 21   15:10
업데이트 2025. 12. 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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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N ‘페이스:北(북)’ 스틸컷. 사진=KFN
KFN ‘페이스:北(북)’ 스틸컷. 사진=KFN



‘하나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에 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하나원입니다. 정식 명칭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전 사회 적응을 돕는 국가 차원의 첫 관문입니다.

하지만 하나원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제도가 아닙니다. 1990년대 중반 북한 사회를 강타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식량난과 경제 붕괴 속에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연간 탈북자 수는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더 빠르게 증가해 2009년에는 2914명으로 정점을 찍습니다. 문제는 ‘입국 이후’였습니다. 체제도, 언어도, 생활방식도 전혀 다른 사회에 아무런 준비 없이 내던져진다면 정착은 또 다른 생존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1999년 7월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기관 하나원이 문을 엽니다.

탈북자들에게 하나원은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라 흔히 ‘친정 같은 곳’으로 기억됩니다. KFN ‘페이스:北(북)’에 출연한 북한이탈주민 이순실 씨는 “가만히 있어도 밥을 주고 돈도 주고, 그게 너무 좋았다”고 회상합니다.

그 말 속에는 긴 탈북 과정에서 쉼 없이 달려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처음으로 안전하다는 감각’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원에서는 한국 사회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은 물론 진로 탐색과 직업 지도, 정서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과정이 운영됩니다. 그중에서도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시간은 의외로 진로 지도 수업이었다고 합니다. 막연했던 미래가 구체적인 선택지로 바뀌는 순간이어서입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심리치료 프로그램입니다. 탈북 과정에서 겪은 공포, 상실, 죄책감, 트라우마를 처음 말로 꺼낼 수 있는 시간. 북한이탈주민들 사이에선 “교육보다 위로가 더 필요했다” “치료가 진짜 도움이 됐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심지어 “김일성 별장보다 좋았다”는 표현까지 등장합니다. 그만큼 ‘존중받고 보호받는 경험’이 이들에게는 낯설고도 강렬했던 겁니다.

온 가족을 이끌고 목선을 타고 한국에 입국한 김일혁 씨는 하나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으로 자동차 운전면허 교육을 꼽았습니다. 퇴소 이후 바로 생계와 가족 부양이 시작되는 현실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술’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절실했습니다.

흥미로운 점도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평가가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은 원장과의 대화였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북한 사회에서 몸에 밴 생활문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선 최고지도자와 당 책임자가 모든 문제의 최종 책임자이자 판단자입니다. 개인은 늘 ‘윗선’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겁니다. 그 습성은 한국에 와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원 원장은 교육기관의 장을 넘어 일종의 ‘절대적 존재’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어디나 그늘도 존재합니다. 집단이 형성되면 패거리가 생기고, 왕따문화 역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하나원도 예외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적응 과정 자체가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 사회로 나아가기 전 거쳐야 할 또 하나의 현실 수업이기도 합니다.

하나원. 북한이탈주민에게는 국경을 넘은 뒤 처음 만나는 대한민국이자 삶을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입니다. 이처럼 하나원 안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 북한이탈주민들이 직접 들려주는 정착의 현실과 속내는 KFN ‘페이스:北(북)’ 117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방송은 22일 오후 8시 KFN 유튜브 채널에서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박새암 KFN ‘페이스:北’ MC·강남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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