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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에 적 발견!”이란 말과 함께 공포탄이 터지는 진동이 가슴에 전해졌다. 단풍이 물든 산속에서 흙먼지와 함께 부사관 상황 해결식 경연대회가 시작됐다. 훈련장은 그야말로 ‘작은 전장’이었다. 평가관으로 참여해 실전같이 뜨거운 훈련장에서 부사관들의 전투감각과 단결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경연에선 6명의 부사관이 한 팀이 돼 총 7개 팀, 42명이 참가해 5개의 전투과목을 수행했다. 과목은 △독도법(방향 탐지 유지 및 목표 획득) △철조망 지대 설치 △임무형 보호태세 △적 조우 시 행동 △전투부상자처치였다.
처음 독도법 평가에서는 평가자들이 나침반을 이용한 방향 탐지를 했다. 이어 땀과 흙먼지가 뒤섞인 채 철조망을 설치했다. 임무형 보호태세에선 방독면을 쓰고 오르막길을 이동하며 각 보호태세 단계에 맞는 피복을 신속하게 착용했다. 이후 이동 중 적 조우상황에선 기습적으로 마주친 적을 전술적인 방법을 활용해 제압하며 고지를 점령해 나갔다.
평가자들은 어느새 땀으로 젖어 있었고, 열기를 육안으로 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듯이 체온에 의한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가쁜 숨을 내쉬는 가운데서도 평가자들의 눈빛에는 전투의지와 책임감이 느껴졌다. 평가자들이 전투부상자처치 구간에 도달하자 해당 과목 평가관으로서 “12시 적 방향 기습사격, 환자 발생”이라는 말과 함께 상황을 부여했다. 그러자 평가자들은 신속하게 은·엄폐 및 대응사격을 했다.
이때 환자에게 지혈대를 사용하는 평가자들의 손끝에서 간절함이 서린 미세한 떨림을 볼 수 있었다. 동시에 전우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군인으로서 모습을 떠올렸다. 이후 모든 평가는 종료됐고, 팀원들은 혼신을 다해 실전과 같이 평가를 치른 서로를 격려했다. 이번 경연대회에서 평가자들은 단순히 주어진 과제를 수행한 게 아니라 전투현장의 축소판에서 ‘용기’와 ‘단결’이라는 중요한 무형 전투력을 증명했다.
전투기술자인 부사관이 갖춰야 하는 역량은 지휘·행정 능력뿐만 아니라 전투현장을 이해하고 지휘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군사지식과 전투기술의 숙달이다. 그 지식은 단순히 교범 수준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훈련장에서 실제로 훈련하며 몸으로 학습해야 한다. 소수 인원으로도 최대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부사관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번 경연에서 부사관은 전투의 중추이자 전투 전문가임을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부사관 정신의 가치를 되새기는 값진 시간이었다. 실전은 평가가 아니라 생존이다. 그 생존의 시작은 전우를 향한 믿음이란 것을 깨달았다. 경연대회를 주관한 육군12보병사단 부사관단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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