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이 주는 교훈과 성탄절

입력 2025. 12. 19   15:41
업데이트 2025. 12. 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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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환 대명피앤씨 부사장
윤성환 대명피앤씨 부사장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은 살인을 저지른 가난한 청년이 겪는 심리적 고뇌와 구원을 그렸다.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세상은 평범한 사람과 초인 같은 비범한 사람으로 나뉜다는 사상을 갖고 있다. 그는 세상을 향한 불만을 자신이 비범한 사람인지 여부로 시험해 보고 싶어 했다. 비범한 사람은 죄를 범할 권리가 있다는 논리다. 그는 돈에만 집착하는 고리대금업을 하는 전당포 주인 노파를 살해한다. 뺏은 돈으로 선한 일을 하면 정의로운 행위라는 명분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노파의 여동생까지 살해한다. 연쇄살인의 죄를 지은 뒤 심한 죄책감에 시달린 나머지 극심한 심적 고통과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병까지 얻는다. 경찰의 수사로 점점 궁지에 몰린다.

그러다 순수한 영혼을 가졌으나 생활고로 매춘부 생활을 하는 마르멜라도프를 만난다. 그녀는 그에게 자수해 죄의 고통에서 벗어나 구원을 받으라고 권유한다. 그녀의 무조건적 사랑과 헌신에 흔들린 그는 경찰에 자수한다. 그는 시베리아 유배 무기형을 선고받는다. 그녀도 그를 따라 시베리아로 간다. 그녀의 사랑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희망과 구원을 얻는다. 지금까지의 사상이 잘못됐음을 깨달으며 소설은 끝난다.

누구나 의도적이든 실수든 죄를 짓는다. 일반적으로 그것이 밝혀진 후 받는 형사·민사 처벌만을 벌로 생각한다. 드러나지 않아도, 증거가 없어 요행히 법망을 피했어도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과 생각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아주 뻔뻔하고 담대한 성정을 가졌더라도 꼬리처럼 일상을 따라다닌다. 태연한 척 전혀 내색하지 않고 주변에서 눈치를 못 채도 소멸되는 게 아니다. 진정한 벌은 당사자가 겪는 마음의 고통이다.

생각·말·행위로 지은 실수와 죄도 대가를 치른다. 생각과 언행의 실수 등에서 알게 모르게 죄를 짓고 있다. 경솔하게 내뱉은 말 한마디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공인일 경우 피해는 치명적이다. 맡은 직위에서 낙마하고 옷을 벗는다. 오점이 주홍글씨로 남는다. 사인 간에는 회복할 수 없는 실망을 줘 단절이 생긴다. 상대가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일수록 인연이 끊어짐의 손해가 크다. 상대방의 외면으로 외톨이 신세도 겪는다. 행위 실수의 여파도 크다. 해를 끼친 상대방 손해의 보상은 가해자의 몫이다. 불손한 생각을 갖고 살아도 생활이 순탄치 않다. 역시 주변의 성토와 외면이 뒤따른다.

법적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후회와 스트레스의 고통이 뒤따른다. 스트레스는 없던 병도 생기게 하거나 키우기도 한다. 형벌이 따로 없다. 죄책감도 전혀 느끼지 않는 철면피한테는 하늘에서 준다는 천벌을 당대에서 받거나 후대에 가서도 받는다는 동양의 사주명리학적 가설도 있다. 베푼 일이든, 상대에게 피해를 준 일이든 모든 일은 대가를 치른다는 길흉화복의 이론이다.

심적 고통인 마음의 형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진정한 참회다.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겪은 이들에게 참된 용서를 구할 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기고 부인하면 할수록 압박은 더 조여 온다.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가 준 교훈이다. 중범죄를 저지른 자가 수십 년을 피해 다니다 결국 범행이 밝혀졌을 때 ‘오히려 죗값을 치르게 돼 후련하다’고 한 고백은 새겨 볼 만하다.

며칠 있으면 성탄절이다. 세상 모든 사람의 죄를 사하여 주려고 오신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다.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다 사면해 주신다는 의미를 온 세상에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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