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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임베딩(Media Embedding). 전시 또는 분쟁상황에서 언론인을 군 작전부대에 직접 배속시켜 일정 범위 내에서 현장을 취재·보도하는 것이다. 전장 실상을 투명하게 공개해 자국 및 우군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둔다. 우리나라 미디어 임베딩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영미 PD를 모시고 안보 초빙강연을 했다. 그는 약 20년간 중동, 아프리카 등 내전을 취재하며 5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분쟁지역 전문 PD다. 우크라이나에서 입국한 지 일주일 만에 부대를 방문한 김 PD는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때 과연 살아서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약속을 잡는 게 맞을까?” 싶었다고 했다.
김 PD가 전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끔찍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제대로 방비하지 않은 채 맞이한 전쟁을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 농업용으로 쓰던 ‘드론’을 전쟁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활용했다. 값비싼 재래식 무기보다 훨씬 저렴하고 끝까지 추격·요격이 가능한 드론은 가성비 갑(甲)의 무기였다. 거기에 러시아도 드론을 전쟁에 이용하면서 무기로서의 드론이 점차 발전 중이라고 얘기했다. 회귀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드론은 영상자료를 획득해 타격 장면을 분석·데이터화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앞으로 전쟁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AI 드론’ 전쟁이 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또한 드론 공격뿐만 아니라 방어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군시설의 특수성과 작전환경을 고려해 국방·군사시설에 특화된 국방시설본부가 어떻게 하면 물리적 방어를 할 수 있을지 과제도 던져 줬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선 드론을 막기 위해 군용지 곳곳에 그물망을 펜스에 설치하기도 하고, 밧줄을 공중에 달아 놓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북한군은 이런 상황을 직접 보고 습득하고 있다. 이렇게 그들이 전쟁 경험치를 쌓고 있는 상황에 경각심도 일깨워 줬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를 4번 찾은 김 PD는 내년 초 다시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왜 이렇게까지 위험한 지역을 가십니까?”라는 질문에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고 답하셨다. 언론인으로서 결연함과 막중한 사명감이 느껴졌다. 김 PD는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우리 군에 감사와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다 보면 전쟁은 우리와 거리가 먼 이야기로 생각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전쟁이 김 PD의 강연을 들으면서 내 삶과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현실로 다가왔다. 그 순간 전쟁은 더 이상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라 반드시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 ‘지금 여기의 문제’임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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